사진설명 : 첫눈이 소복이 내린 5일 아침. 군서면 만곡리 9500평에 달하는 배추밭 갈아엎을 걱정이 태산인 정정우씨

농심이 무너지고 있다. 배추 값 폭락 때문이다. 농민은 밭을 갈아엎고 있다.

김장철 배추 가격이 치솟으면 소비자들의 마음이 무거워진다. 가격이 폭락하면 농민들의 한숨에 땅이 꺼진다.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있다.

지역 배추 농민들의 시름은 깊은데 농‧축협은 영광보다 값이 싼 무안‧해남 등지의 배추를 들여다 ‘세일’ 행사를 벌이고 있다. 설립 취지 보다 이익에만 급급한 조합을 지켜봐야 하는 지역 농민들이 가슴을 쥐어뜯고 있다.

5일 영광의 농‧축협 마트에서 파는 배추 1망 가격은 6,000원(3통, 10kg)이다. 작년 8,000원 보다 크게 내렸다. 판매 가격은 1통에 2000원 이지만 농민들부터 사들이는 가격은 500원 정도다. 배추 밭을 갈아엎는 이유다.

군서면 만곡리에서 배추농사를 짓는 정정우(54)씨는 “배추 한 포기에 1,000원~2,000원 정도는 돼야 타산이 맞는데 5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농민들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고 하소연 했다.

정씨는 “가격 폭락으로 밭떼기도 활발하지 않은 가운데 배추를 사겠다는 상인도 오래전 끊겼다. 이렇게 계속 값이 폭락하면 앞으로 배추농사를 포기하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정씨는 영광농협과 군 농정과 및 농업기술센터에 큰 불만을 표출했다. 정씨의 말에 따르면 주산지단지로 등록된 지역은 배추 값이 폭락할 경우 팔지 못한 배추 폐기비용과 폐기된 배추가격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배추 주산단지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해왔으나 당국은 이를 외면했다.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하고 수확도 포기한 채 9500평에 달하는 배추밭을 갈아엎어야 하는 정씨의 눈에 이슬이 맺힌다.

이에대해 영광군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300ha 이상 되어야 주산지 지정신청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되는데 영광군은 조사결과 총 57ha로 조사돼 신청을 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영광농협 관계자는 “영광군은 채소 수급안정사업 3순위에 해당되다보니 배추 값 폭락과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정부로부터 폐기물량을 배정받지 못한다. 농가들에게 뾰족한 해결방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정씨는 “매년 반복되는 농산물 가격 폭‧등락이 해소되어 더 이상 소비자가 금배추를 구매하고, 농민이 밭을 갈아엎는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창수 기자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