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명 삼동청소년회 영광지구 인성교육 강사

지난 시간에 우리는 원래!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는 양방향의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은혜롭고 소중한 존재임을 이야기 했다. 나도 그렇지만 상대방도 그렇다. 나를 힘들게 하는 저 사람도 원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원래는 그렇지 않을지 몰라도 지금 당장은 저 사람이 나를 힘들게 하는데 이를 어쩔 것인가? 원래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니 언젠가는 달라지려니 하고 마냥 기다릴 것인가? 그러다가는 내가 먼저 속병이 들고 말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나?

어느 노인 부부의 사례에서 그 해법을 찾아보려고 한다. 옛날은 옛날인데 그리 멀지 않은 옛날, 시집살이가 보편적이던 시절이다. 어느 노인 부부가 아들 내외와 함께 살게 되었다. 그런데 이 며느리가 어찌나 성질머리가 사납던지 하늘같은(그 당시에는) 시부모님께 버럭버럭 화를 내고, 성질을 부리는데 민망하고 분하여서 살 수가 없더란다. 그래서 고민 끝에 드는 생각이 ‘절에 가서 부처님께 정성껏 기도하면, 부처님이 우리 며느리를 효부로 만들어주시지 않을까?’

그래서 근처에 있는 실상사라는 절을 향해 돈이며, 음식이며, 바리바리 싸가지고 힘든 것도 마다않고 산길을 올라가는데, 여기서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줄 기막힌 인연을 만나게 된다. 박처사라는 사람이 마침 산길에서 먼저 쉬고 있더란다. 그래서 이 노인부부도 아픈 다리를 좀 쉬어가는데, 박처사가 묻는다.

“아니, 무슨 일로 어디를 가시는데, 그렇게 힘들게 짐을 싸들고 가시오?” “아이고, 남사스러워서 말 할 것은 아니지만은 며느리가 하도 성질이 사나워 우리 부부가 살 수가 없기에 부처님께 우리 며느리 효부로 만들어 달라고 불공드리러 갑니다.”

“흠, 어르신은 어찌 나무로 만든 부처님께 빌 생각은 하면서 살아있는 부처님께 빌 생각은 못하십니까?” “예? 살아있는 부처님이요? 아니, 살아있는 부처님이 어디 있답니까?” “어디긴요? 어르신 집에 계시지요. 어르신 집에 있는 며느님이 바로 살아있는 부처님이요.”

“하이고! 거 농담도 지나치시오. 우리 며느리가 부처님이면 나는 부처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는 될게요.”

“^^ 나무로 만든 부처님께 올릴 돈으로 집에 있는 며느님한테 맛있는 음식도 사다주고, 좋은 옷도 한 벌 사다주시면서 절에 있는 부처님 모신다는 생각으로 한번 잘 대해줘 보시오. 나무로 만든 부처님께 비는 것보다 분명히 더 좋은 효험이 있을 것이니, 속는 셈 치고 한번 해보시오.”

그냥 들어도 말이 안 되는 소리다. 며느리 때문에 힘들어서 부처님께 기도라도 올려보려고 가는 사람에게 그 며느리가 부처님이니, 그 며느리 부처님을 잘 모셔보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듣고, 이 노인부부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진짜로 그 길로 발길을 돌려 집으로 돌아간다. 집에 들어가는 길에 며느리가 좋아하는 떡도 사가고, 장날이 되니 며느리에게 예쁜 옷도 한 벌 해다 준다. 며느리가 어떤 반응이었을까? 감격? 아니었다.

며느리의 반응은 ‘이 노인네들이 미쳤나? 안하던 짓을 하고.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뭔 짓들이래?’ ㅠㅠ

며느리가 그러거나 말거나 이 노인 부부는 정말 미친 척 며느리를 부처님 모시듯 하기 시작했다. 힘든 일 하고 오는 며느리에게 ‘애썼다. 힘들었지?’ 따뜻한 격려의 말 건네기. 힘 닿는대로 며느리 일 도와주기. 한 번씩 며느리 좋아하는 음식 사다주기. 며느리 하는 일에 싫은 소리 안하기.

그렇게 하기를 벌써 몇 달이 지나 노인 부부는 박처사를 다시 찾아갔다. 박처사를 보자마자 뭐라고 했을까? 뭐라고 하기는. 인사부터 꾸벅 한다.

“처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며느리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 사납던 며느리는 어디 가고 싹싹하고 부지런한 우리 며느리가 되었습니다. 우리에게도 어찌나 잘하는지 우리 부부는 이게 꿈인가 싶습니다. 처사님은 도대체 어찌 이리 될 줄 아셨는가요? 저희는 우리 며느리가 부처님이라는 것을 꿈에서도 몰랐습니다요.” 연신 감사인사를 하는 노인 부부에게 박처사가 말한다.

“어르신이 부처님께 불공을 드리려던 이유는 부처님께 죄주고 복주는 힘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른신들께 효도하고 불효할 직접적인 권능이 바로 그 며느님에게 있으니 그 며느님이 부처가 아니면 누구겠습니까? 그나저나 대단들 하십니다. 얼마나 며느님에게 불공을 잘했으면 며느님이 그렇게 딴 사람이 되었겠습니까? 잘하셨습니다. ^^”

이야기는 이렇게 훈훈하게 마무리 된다. 이제 다시 우리 이야기로 가보자. 나를 힘들게 하는 저 사람. 저 사람이 부처님이라고? 그럴 리가... 하지만 나에게 죄주고 복주는 권능이 저 사람에게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하더라도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히는 저 사람에게 뭘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저 사람에게 어떻게 하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 사람에게 가있는 시선을 내 마음으로 돌려보자는 것이다. 앞의 이야기에서 필자가 전하고자 한 것은 상대방에게 잘해줘야 한다는 그런 도덕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먼저 변해야 상대방도 변한다는 ‘사실’이다. 무슨 생각에서였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만큼 절실해서였겠지만 그 노인부부의 행동은 며느리가 미쳤다고 생각할 정도로 이전과 다른 것들이었다. 노인부부가 달라지니, 노인부부를 매일같이 대하는 며느리도 달라질 수 있었던 것이다.

보통은 나를 힘들게 하는 상대방에게 집중한다. 저 사람이 이래서, 저래서, 아.. 내가 힘들어죽겠다. 직장 상사든, 남편이든, 부인이든, 자식이든, 저 사람이 왜 저럴까? 도무지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고.. 이래서는 나도 변할 수 없고, 상대방도 변할 리 없다. 갈등상황도 해결될 리 없다. 그냥 그렇게 서로 상처주면서 참고 사는거다.

그렇다면 엉뚱한 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내 마음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상대방이 싫은 소리를 했을 때, 내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을 때, 그 때 내 마음이 어떠한가? 화나고, 짜증나고, 분하고, 억울하고, 서운하고, 속상하고, 말로 다 할 수 없는 오만가지 감정들이 올라올 것이다. 그 때 일단 멈추어야 한다. 그 오만가지 마음으로는 있는 그대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나 자신도, 상대방도, 현재 상황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 그래서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기도 하고, 무기력하게 혼자 우울해하기도 한다. 그 오만가지 마음이 올라올 때 일단 멈추어야 한다. 멈추고 원래 나, 원래 내 마음을 떠올려본다. 원래는 짜증날 것도, 화날 것도, 자존심 상할 것도, 분할 것도, 미울 것도 없는, 아무것도 없는 원래의 내 마음을

떠올린다. 우리 원래 마음이 그렇다.

원래 화나거나, 원래 짜증나거나, 원래 누군가가 미워죽겠다거나 그런 사람은 없다. 다만 경계

(내 마음에 변화를 주는 외적.내적 조건이나 상황들)를 따라 때로 화도 나고, 때로 짜증도 나고, 때로 누가 밉기도 한 것이다.

‘멈추고! 원래 마음으로 돌리고~’ 이 때 지옥과 천국이 뒤바뀌는 변화의 시작이 일어난다. ‘멈추고! 돌리고~’ 짜증이 확! 올라올 때, 한번 해보자. ‘멈추고! 돌리고~’

김건명 삼동청소년회 영광지구 인성교육 강사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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