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개호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에 잔류하기로 결정했다. 이 의원이 잔류를 하든, 안 철수의 국민의 당으로 가든 그 판단은 이 의원 자신의 몫이다. 짧지 않은 기간 이 의원은 고심에 고심을 더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기에 그의 결정은 왈가왈부할 성격의 것이 아니다. 다만 그의 결정이 정치인으로서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것은 아니어야 한다. 다만 지역의 민심을 좇는 것이어야 한다. 나아가서 지역 발전에 이바지 하는데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는 길이어야 한다.

이 의원의 지역구는 영광·함평·장성·담양 등 4개 군이다. 소선구제에서의 인구수에 따라 획정됐지만 가히 중선거구와 맞먹는 넓은 지역이다. 민심도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의원은 수차례 민심에 따르겠다고 했다. 상당 기간 반복해서 지역구의 민심을 세심히 살폈으리라 짐작된다. 이제 이 의원의 결정에 대한 여론이 형성될 것이다. 설은 민심이 형성되는 중요한 기간이다. 그의 선택에 대한 반응은 그의 정치 생명과 직결된다.

지난 30년간 이 지역은 사실상 국회의원 선거가 없었다. 전통 야당의 맥을 잇는 정당 후보가 ‘무조건’ 당선되는 것이 관례처럼 굳어졌다. 서 경원(13대)에서 시작, 이 수인(13대 보궐)·김 인곤(14-15대)·이 낙연(16대-19대)으로 이어졌다. 이 개호 의원(19대 보궐)도 같은 ‘패턴’으로 정계에 데뷔했다. 개인이 아니라 정당이 당선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회의원은 지역을 위해 일을 잘 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정당에 도움이 되는 인물이었다.

지금까지는 공천 받고 선거 운동 열심히 하는 ‘척’만 하면 200여 가지의 특권을 누릴 수 있었다. 출마하면 돈을 ‘까먹는’ 것이 선거라는 일반적인 공식은 최소한 총선에서는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돈 버는 선거’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공천장이 당선장과 같았기에 선거 비용은 최소한으로도 충분하다. 반대로 공식·비공식적인 후원금은 줄을 이었을 것이라는 데서 나온 말이다.

野 후보간 ‘전쟁’ 불가피

30년 선거 관행 70일 앞으로 다가온 20대 총선은 지난 30년간의 선거 관행이 깨지는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와 국민의 당의 사활을 건 ‘전쟁’이 불가피하다.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총선이다. ‘친노’의 패권으로 60년 전통 야당은 깨졌지만 정치, 최소한 선거 문화는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당에 대한 충성이 ‘금배지’를 좌우하지 않고 당은 물론 ‘인물’도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이 의원의 탈당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이제 관심은 국민의 당이 이 의원 대항마로 누구를 내세우느냐다. 민심은 소위 ‘스펙’이 이 의원에 못지않은 ‘인물’을 내세울 것으로 보고 있다. 벌써부터 기 동민(장성)전 서울시정무부시장, 김 효석(장성) 전 의원, 강 남석(영광)변호사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예측을 불허하는 접전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당 선호도와 인물이라는 두 가지 선택의 기준이 복잡 미묘하게 얽혀 누구도 쉽게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영광 지역의 경우 김 준성 군수가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가 승패를 가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무소속으로 군수에 당선된 조직력과 영향력이 가장 강하다는 것이 객관적 평가다. 김 군수가 손을 들어준 후보가 당선됐을 경우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다른 후보가 당선되면 국회의원과 군수 사이의 갈등은 불가피하다. 당사자들이 아무리 부인해도 군정에 도움이 되는 구조는 아니다.

이 의원 김 군수에 러브 콜?

김 준성 군수는 무소속 당선 후 입당하지 않았다. 안한 것이 아니라 ‘못했다’에 가깝다. 이 개호 의원이 전임 이 낙연 전남도지사와의 관계 때문에 당 조직을 개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존 당 조직과 적대적 관계였던 김 군수가 입당할 수 있는 여건이 못됐기 때문이다. 비록 당적이 같지 않았으나 이 의원과 김 군수의 호흡은 잘 맞았다. 양측 모두 함께 가기를 원한다. 특히 선거를 앞에 두고 있는 이 의원으로서는 김 군수의 도움이 절실하다.

이 의원은 김 군수에게 적극적인 ‘러브 콜’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의 밀월 관계로 보면 ‘러브 콜’을 받아들여야 할 처지다. 하지만 김 군수로서는 지지자들의 의사를 물어야 하는 절차가 남아있다. 이 의원은 ‘이 낙연의 사람들’을 버려야 하는 아픔을 감수하겠다는 의지다. 남은 것은 ‘김 군수의 사람들’의 선택이다. 김 군수 측의 결단이 이번 총선 최초이자 최대의 갈림길이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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