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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늘 옛 것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나봅니다. 나이 들수록 ‘그때 그 시절’을 얘기하는 기회가 잦아지네요. 그 시간은 늘 즐겁습니다. 심지어 헐벗고 굶주리며 힘들어 하던 세월마저 온몸으로 껴안고 싶을 정도로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저는 오랫동안 고향을 떠나 있어서인지 가끔 50여 년 전 살았던 영광읍 매일시장 주변 일대를 돌아봅니다. 그때 그 시절의 모습을 그리며 도동리와 교촌리 일대를 걷는 것이지요.
느릿느릿 걸으며 눈 에 들어오는 집과 길의 옛 모습을 떠올립니다. 누구의 집이었고 길은 어떤 모양이었다는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가슴이 아려옵니다. 옛 모습을 알아볼 수 없어서입니다. 그리고 생과 삶이 갈린 분들의 성함이 생각난 때문입니다. 그 좋던 집들의 쇠락한 모습이 저를 우울하게 합니다. 어떤 집은 아예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습니다. 그 가운데 저의 가슴을 가장 아리게 만드는 것은 제법 큰 하천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입니다.
미꾸라지 잡다 유리조각에 발이 찢겨 아팠던 것 같은 아픔을 느낍니다. 자전거 타고 가다 빠져 애 태우던 그 하천이 원래부터 그랬던 것처럼 포장된 도로가 돼버린 모습은 가슴 속에 찬바람을 일으킵니다. 엊그제 물무산에 불이 났습니다. 무릎까지 빠지는 눈 속에서 토끼 잡는다고 뛰놀던 물무산입니다. 빨래 가는 어머니 따라가 멱 감고 내려오기도 했지요. 지금은 사라졌지만 그때 그 시절엔 물무산에도 계절에 따라 맑은 물이 흘렀답니다.
향교도 좋은 놀이터였지요. 지금은 좋은 놀이터가 많아 찾는 어린이를 볼 수 없습니다. 그땐 향교 입구 누각 형태의 출입문은 담도 허물어지고 누각도 낡았지만 저희들의 좋은 놀이터가 돼 주었습니다. 가끔, 특히 가을이면 한 번 정도는 발길이 저절로 향하는 곳입니다. ‘생개’라고 불리던 동네 모습은 오간데 없어 가슴이 시릴 정도로 서운함이 배어나지만 거기 그 자리에 향교가 있어 좋습니다.
5백년을 살고 있다는 은행나무가 넓은 마당에 노란 잎을 가득 채울 때는 너무 아름답습니다. 오래지 않아 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것 같군요. 작년엔 노란 은행잎이 가득한 그 마당에서 엉뚱한 생각을 했습니다. 이 아름답고 정겨운 마당에서 옛 선비 모습의 어른이 아이들에게 옛 선비들의 곧은 정신을 이야기 해주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4차 산업혁명을 들먹이며 미래를 대비하는 교육은 중요하고들 합니다. 그렇다고 청소년들에게 옛 선비들의 곧은 정신을 얘기해주는 것도 못지않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시쳇말로 ‘잘 나가는’사람들의 썩어빠진 정신 상태가 뉴스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그들 모두는 대단히 자랑스러운(?) ‘스펙’을 가졌습니다. 고위 공직이나 정치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과연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요. 우리 모두 심각하게 생각해 보고 행동으로 옮겨야 하지 않을까요?
※ 조일근(曺一根) 편집위원장 약력
생년월일 : 1951. 1. 8
본적 : 전라남도 영광군 영광읍 도동리 247
주소 : 전라남도 영광군 영광읍 중앙로 19
e-mail : jigpress@naver.com
※ 학력
1962. 2. 광주서석초등학교 졸업
1966. 2. 광주서중학교 졸업
1969. 2. 광주제일고등학교 졸업
1976. 2. 한양대 신문학과 졸업
1989. 9. 호남대 행정대학원 졸업(석사)
※ 경력
1976. 2-1978. 1. 전남매일신문 기자
1978. 1-1980. 11. 중앙일보 기자
1988. 5-1990. 4. 무등일보 경제부장
1991. 4-1998. 9. 광주매일신문 정치부장‧논설위원
1998. 10-1999.10. 광남일보 논설위원
1999. 10-2001. 5. 광주타임즈 편집국장
2002. 7-2004. 2. 광주광역시 체육회 상임부회장
프로축구 광주상무 단장
2015-현재/영광문학기념사업회장
2016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부위원장
20대 총선 전남도 대책위원장
국민통합위원회 전남도위원장
19대 대선 전남공동선대위원장
2015-현재/영광군민신문 편집위원장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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