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편집위원장

지금도 생각나는 1960년대의 광고가 있다. ‘맛을 보고 맛을 아는 00간장’이다. 학창시절 반에서 노래를 부르라고 하니 친구 공 아무개가 앞에 나가 불러 웃음을 자아낼 정도의 히트곡(?)이었다. 지금도 업계의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한다. 잊히지 않는 또 하나의 광고가 있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전자제품 회사의 80년대 광고 문구다. 그 상품은 히트를 했고 회사는 세계적인 메이커로 발전했다.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말이다. 진리는 없다고들 하는데 이 말이 진리가 아닐 수도 있다는 주장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모든 광고의 문구는 결국 ‘최고’임을 믿어달라는 호소다. 헌데 그냥 ‘10년을 좌우한다’는 평범한 사실을 알려준 것만으로 엄청난 광고 효과를 거두었다. 뿐인가.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로 발전해 지금껏 그 생명력을 잃지 않고 있다. 덕분에 그 회사는 지금도 돈 안 들이고 광고 효과를 거두고 있다.

우리는 순간의 선택이 국운을 좌우하는 경험을 했다. 박근혜를 선택한 순간이다. 구조적으로 국정농단의 구렁텅이에 빠져들게 돼 있는 후보를 선택한 것이다. 황영철 의원이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을 오락가락 하면서 이 말을 듣는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가장 뼈저리게 이 말을 실감하는 정치인들은 따로 있다. 바로 국민의 당 호남 의원들이다. 그리고 그들을 추종해 당적을 옮긴 지역 정치인-시‧군‧구 의원과 단체장-들이다.

지난 총선에서 광주‧전남 국민의 당 공천을 받은 후보는 영광‧함평‧담양‧장성 지역구를 제외하고 모두 당선됐다. 민주당 소속 현역들도 국민의 당 바람이 불자 옮겨갔다. 물론 당선됐다. ‘촛불혁명’은 문재인과 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으로 돌아가겠다는 입당원서가 쌓이고 있다. 당이 어려울 때 당을 떠나더니 반전되니 다시 돌아가겠다고 사정하는 모습이다.

정당지지도 조사 결과는 내년 6월 치러질 광주‧전남의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싹슬이를 예고하고 있다. 2년 더 남았다고 하지만 국회의원 선거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당시 민주당 공천을 받지 못할 것으로 예견되는 의원들부터 민주당을 떠났다. 공천 가능성이 낮은 의원일수록 국민의 당 입당이 빨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당을 떠난 민심은 국민의 당에 ‘싹슬이’를 안겼다. 옥석을 구분하지 않았다.

민주당 후보로 혼자 살아남은 이개호 의원도 당선을 위해 옮길 것인가를 많이 고민했다고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오락가락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 초년생으로서 낙선하드라도 ‘철새’ 행보는 생명력이 짧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고 한다. 마지막 3일간은 잠도 자지 않고 뛰었다. 그리고 홀로 살아남았다. 국민의 당 당선자들보다 10배, 100배 고통스러운 선거를 치렀다.

그의 고통은 보상으로 돌아왔다. 광주‧전남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최고위원의 반열에까지 올랐다. 전남도지사 후보 0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당선 가능성을 의심하는 말도 들리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국민의 당 의원들은 ‘가볍게’ 당선됐다. 하지만 차기 총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당마저 쪼개졌다. 형태는 아직이다. 내막은 이미 쪼개졌다. 민주당이 국정을 원활히 하기 위해 ‘영입’해주는 것이 가장 바라는 바일 것이다.

오늘의 정치판에서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 한다’는 말이 실감난다. 다시 한 번 ‘진리’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우리 영광이 지역구인 이개호 의원의 고통스러웠던 시간과 선택에서는 밝은 미래가 보인다. 눈앞의 당선을 위한 선택을 한 국민의 당 의원들은? 불투명하다. 정치는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고들 한다. ‘정치는 생명이다’라는 말로 표현된다. 많은 변수가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영광이 이개호를 선택한 것은 영광의 미래를 조금이라도 더 밝게 만든 선택이었다는 사실이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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