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진기는…영광에서 태어나소년기를 고향에서 보내고 청년기를 서울에서 살았다.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하고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칠산문학’을 하며 시를 쓰고환경 운동과 반핵 활동에 나서고줄곧 문학을 하며 작가회의와 민예총 지부장도 했다2013년 첫 시집‘사금파리 빛 눈입자’를 냈다.

영광이 경의와 박수시인 장 진기가 시집‘ 슬픈 지구’를 펴냈다. ‘사금파리 빛 눈입자’에 이어 두 번째 시집이다.

시인 장 진기는 ‘슬픈 지구’에 담긴 58편의 시를 통해 그가 사는 세상을 펼쳐 보였다. 영광읍(교촌리)에서 태어나 고교와 대학을 마치고 다시 영광을 삶터로 삼아왔다. 영락없는 영광‘촌놈’이다.

헌데 아니다. 그의 주민등록상의 주소와 크지 않은 몸은 거기, 영광에 있을지라도 그의 삶터는 나라 안팎은 물론, 미세한 입자인 ‘핵’의 깊은 속에서 세계를 넘어 그 너비와 폭을 가늠할 수 없는 저 우주의 끝까지를 삶의 경계로 삼고 있다.

절구통 같은 몸뚱이 어디에 그 깊고 깊은 시심(詩心)을 감추고 살아가는지 생개(교촌리 향교 주변)서 함께 큰 친구들도 잘 모른다. 그래 장 진기는 세상으로부터 ‘왕따’를 당한다. 그도 안다. ‘즈그들’이 왕따 시킨다는 것을. 그러고는 자기가 그들을 ‘왕따’시켜버린다. 자기만의 세계가 있기에, 외로움을 무기 삼아, 기회 삼아 삶의 깊이를 더해간다.

사람들은 ‘아까운’ ‘이상한’ 장 진기로 본다. 개의치 않는다. 저 핵의 깊은 속에서 안드로메다 까지를 삶의 터로 삼기에 그의 몸에 세속의 끈적끈적한 이물질들이 들러붙을 틈을 주지 않는다. 삶과 생각의 연장인 그의 시어(詩語)들, 생명과 사랑을 노래하는 언어들이 모든 잡스러운 것들을 거부하듯이.

그렇다. 아깝다. 장 진기는 영광의 보물이다. 영광이 문학의, 문화의 전통을 놓치지 않도록 잡아주는 ‘인물’이다. 이상하기도 하다. 현대의 꼭대기에 자본주의를 이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부러워하지 않아서 이상한 것이다.

누가 있어 천년 후에도 장히 여길 조 운 선생의 문학 세상을 지킬 것인가. 영광은 나라 안 모든 문학인들이 우러르는 조 운을 아주 저 세상으로 보내려 했다. 장 진기가 나서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런 비문화적인 곳에서 살면서 두고두고 타지 사람들의 비웃음을 살 뻔 했다. 조 운의 자취가 사라질 위기에서 장 진기가 건져냈다.

사라질 위기에 처한 생가를 장 진기가 구해 지금껏 간직하고 있다. 훨씬 더 돈 많은 부자들도, 힘 있는 자들도 많았다. 부동산 투자 가치만 생각하는 세상에서 앞도 뒤도 재지 않고 선생의 생가를 지금껏 지키고 있는 시인 장 진기가 대견하다. 당신이 있어 영광 사람들 고개 들고 살 수 있다. 대를 이어 어리석은 사람들이라고 손가락질 받고 살 뻔 했다. 고맙다.

어려운 살림에 굴하지 않고 선생의 생가를 지키는 당신을 오해하는 사람들의 말을 귓등으로 흘리는 당신에게 경의를 표한다. 박수에 인색한 우리도 언젠가 당신에게 우레 같은 박수로 보답할 것이다.

언제까지나 당당하게 삶과 시의 깊이를 더하는 장 진기를 지켜주길 당부한다. 우리는 언젠가 장 진기 당신과 동시대를 살았노라 자랑스럽게 말 할 것이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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