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명 삼동청소년회 영광지구 인성교육 강사

어느 화창한 날씨의 일요일 한낮에 남편과 아내가 모처럼 사이좋게 빨래를 개고 있었다. 남편이 창문 밖으로 이웃집 옥상을 보니, 빨래가 널어져 있는데 어찌나 빨래가 더러운지 멀리서 보기에도 얼룩 때가 보이는 것이었다.

“아이고, 여보, 옆집 사람들은 무슨 빨래를 저렇게 더럽게 해서 널었을까? 빨래에 때가 얼룩져 있는 게 여기서도 보이네.”

남편의 말에 무심히 창문 밖을 바라보던 아내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여보, 저거 우리 집 창문에 낀 때야.”

아마도 남편은 빨래를 다 개고, 유리창도 열심히 닦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 마음에도 유리창이 있다. 우리는 이 유리창을 통해서 다른 사람을 보고, 세상을 본다. 그런데 이 유리창이 어찌나 투명한지 그냥 살다보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고, 내 마음에 비친 상대방의 이기심과 나태함과 불의 등 기타 여러 가지 잘못된 모습이 사실은 상대방 마음에 붙어있는 때인지, 내 마음의 유리창에 붙어있는 때인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예를 들어보자. 4‧5세 쯤 되는 어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육아교육 시간에 선생님께 질문을 했다.

“선생님, 아이가 어찌나 책이며 장난감을 어지르고 다니는지 치워도 뒤돌면 다시 어질러져 있습니다.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듣지 않아서 화를 낼 때가 많은데, 그렇게 화를 내고 나면 나도 힘들고 아이도 힘듭니다. 그런데 화를 내도 아이의 습관이 고쳐지지 않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 아이의 습관을 고칠 수 있을까요? 도대체 왜 우리 아이는 아무리 혼나도 어지르고 다니는 걸까요?”

아이의 잘못된 습관을 고쳐줄 묘방을 기대하던 엄마에게 선생님은 뜻밖의 답을 했다. “어머니, 책이며 장난감이 어질러져 있을 때 가장 힘들고 불편한 사람은 누굴까요? 당연히 저죠. 제가 다 치워야 하니까요.”

“그렇죠. 책이며 장난감이 어지러져 있는 것을 가장 보기 힘들어하고, 못견뎌하는 것도 어머님입니다. 아이는 그게 전혀 불편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 나이 때 아이는 물건을 잘 정리하지 못하고, 이 것 저 것 눈에 보이는 것에 관심을 갖으며 물건을 늘어놓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듣고 보니 4,5세 아이가 척척 정리정돈을 하고, 갖고 논 장난감을 바로바로 원위치 시킨다고 하면 이것도 낯선 일이기는 할 것 같다.

“어머니, 아이는 잘못되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지극히 정상이고, 자연스럽습니다. 다만 어머니께서 그 어지러운 꼴을 보기가 힘들고, 그래서 그것을 정리하려고 하는데, 정리하려니 몸이 힘들고, 그렇다 보니까 아이가 미워지고, 아이가 잘못된 것으로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불편한 사람이 치우는게 맞지요. 어머니, 앞으로는 아이한테 미안해하면서 치우세요. 미안해 아가. 너는 이게 편하고 좋은데, 엄마가 불편해서 좀 치울게~ 하구요. ^^”

듣고 있던 나는 웃음이 나왔는데, 그 엄마는 어땠을지 모르겠다. 하루에도 열두번 아이들에게 이것 치워라, 저것 치워라 하는 잔소리 대 마왕 아빠인 나로서도 사실 뜨끔한 이야기이기는 하다. 뜨끔하지만 새겨들을만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보통 사람들은 나와 다른 사람들을 잘못된 사람, 나와 다른 생각은 틀린 생각이라고 자신도 모르게 규정짓곤 한다. ‘물건을 잘 어지르는 4,5세 아이는 잘못된 습관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라는 나의 생각은 아이의 잘잘못을 떠나서 내 몸의 피곤함과 편함에 바탕해서 나온 내 마음 유리창에 낀 때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이는 4,5세 때의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인데, 나의 이해(利害)에 바탕해서 옳고 그름을 규정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리 마음을 깊이 비추어보아야 한다.

일 하는 스타일에 있어서도 어떤 사람은 느리지만 신중하고, 어떤 사람은 신속하지만 치밀하지 못한 경우가 있다. 이런 사람들이 같이 일하게 되면 둘 다 문제 있는 사람이 된다. 한 쪽에서는 ‘저 사람은 느려터지고 답답해서 큰일이다. 나 아니면 일이 되지 않는다.’ 다른 한쪽에서는 ‘저 사람이 어찌나 서두르는지 저 사람 때문에 한 번씩 일에 실수가 생긴다. 일은 저 사람이 저지르고, 뒷수습은 내가 하니 억울하다.’ 나의 기준과 이해(利害)에 바탕해서 상대방을 바라보면 상대방에게 어찌나 많은 때가 묻어있는지, 도대체 어떻게 저러고 사는지 이해할 수가 없게 된다.

하지만, 각자의 특성이 있고, 그에 따른 역할이 있다. 그게 조화를 이룰 때 혼자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 큰 일을 해낼 수 있다. 위의 두 사람을 보면 서두르는 한 사람이 없으면 일이 진행되지 않을 것이고, 신중하고 꼼꼼한 한 사람이 없으면 일만 벌리고, 뒷마무리가 안 될 것이다. 그렇다면 각자의 특성에 맞게 한 명은 일을 서둘러 추진해 나가고, 한 명은 그 뒷수습을 해주며 일을 마무리 지으면 된다. 이 사실을 알면 서로가 서로에게 귀한 존재임을 알게 된다. 상황 따라 서로 싸울 수도 있고, 서로가 다른 의견으로 대립할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부족한 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귀한 존재, 어떻게 보면 내가 더 큰 일을 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같은 일을 하더라도, 같은 사람을 보더라도, 내 마음의 유리창을 먼저 점검하고 가야 한다. 어떻게 점검하냐고? 별거없다. 멈추고, 돌리고~ ^^

화나고, 짜증나고, 밉고, 어이없는 등등의 경계가 왔을 때, 일단 멈추고(판단중지-생각을 멈추

고, 행동중지-내지르려던 말과 행동을 멈추고) 화나기 전, 짜증나기 전, 밉기 전의 이렇다 저렇다 할 것 없었던 원래의 내 마음올 떠올려본다. 그리고 마음이 온전해지면 그 때 내 마음 유리창이 투명해지고, 그 때 상대방도, 일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남의 집 빨래 더럽다고 하다가, 내 집 유리창 더러운 꼴을 알게 되기 전에, 내 집 유리창부터 닦고 바라보자. 멈추고, (원래 마음으로) 돌리고, 그 후에 바라보면 그 이전에 바라보던 것과 다른 풍경이 펼쳐지리라 기대한다~.

김건명 삼동청소년회 영광지구 인성교육 강사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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