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수능점수가 발표됐다.

수험생을 둔 집안의 희비가 엇갈렸을 것이다. 원했던 결과를 얻지 못한 수험생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시기다. 시험에 실패한 좌절은 어쩌면 인생의 첫 쓴맛일 수 있기에 더더욱 마음에 큰 상처를 남겼을 것이다.

최선을 다했지만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한 학생들의 낙담은 더욱 깊을 수밖에 없다. 시험이란 것은 늘 다소의 운과 멘탈이 깊이 개입된다. 실력을 갖췄지만 마인드 컨트롤이 잘 되지 않아 실패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고작 한 번의 평가로 수험생을 천국과 지옥으로 갈라놓는 한국의 수능시험제도는 잔인하다고 얘기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냉혹한 평가 시스템이다.

수능 무용론이 제기되고도 있다. 올해로 24년째를 맞은 수능은 이미 신입생 선발 비중이 26%로 쪼그라들었다. 전국 대학들이 뽑는 내년도 신입생들 가운데 약 74%가 수시모집 전형으로 선발된다.

수능이 미래사회 인재양성에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의 많은 일을 대체하는 사회에서 창의적인 사고를 활용해 기존의 지식을 융복합하는 능력이 요구되는 시대에 수능평가는 전혀 유용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수능을 미국의 SAT(대학입학자격시험)처럼 바꾸자는 의견도 많다. SAT는 미국 대학교를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필수적으로 치러야하는 시험인데 1년에 7차례, 세계적으로 동일한 일시에 치러진다. 연간 7번이나 치러지기에 학업에 최선을 다한 우수한 학생이 한 번의 실패로 좌절하는 사례는 대폭 줄일 수 있는 제도다.

마치 수험생들을 가혹한 생존게임장에 몰아넣는 것 같은 지금의 수능평가제도, 한번은 손봐야 될 때가 오지 않았나 싶다.

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언론인)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