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지지율이 계속 하락세다. 진폭도 기형적일 정도로 크다. 1월 4일 24.6%를 기록했던 지지율이 지난 26일~28일 조사에서 고작 12%로 나타났다. 일정 정당의 지지율이 한달도 안 된 사이에 12% 이상 폭락했다는 결과는 몹시 낯설다. 그런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의 고민도 깊어갈 수밖에 없다. 지지자들의 성격상 더민주와 겹치는 대목이 많기에 김종인 체제의 연착륙이 국민의당 지지세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한상진 위원장의 이승만 국부론 후폭풍, 김한길 의원과의 갈등 설 등이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다 맞는 말이다. 대중정치는 풍문에 민감하다. 비판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마타도어가 여전히 흑색 선거전략으로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음을 보면 잘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꼭 이뿐일까. 국민의당의 지지율 하락은 본질적인 측면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우선 제로섬 게임을 벌이고 있는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 지지율 하락의 원인은 자명하게 드러난다. 외부인사 영입의 문제에 있어서나 당 시스템 정비에 있어서 더민주당이 내용을 채워가고 있다면, 국민의 당은 세력을 채워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내용을 채우거나 세력을 구축하거나 모두 정당정치에 꼭 필요한 일이긴 하다. 하지만 혁신과 개혁을 주창하는 국면에서 세력화는 내용 채우기의 아래일 수밖에 없다. 세력화가 국민의당 브랜드 확장에 별 의미가 없다는 점도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탈당한 현역의원들을 받아들이고, 천정배 신당과의 통합을 꾀했지만 지지율은 제자리걸음이다. 이는 국민의당 지지층이 바라는 게 그건 아니다 는 얘기다.

걱정스러운 것은 정치인 영입을 통한 세력화가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지만 잠재된 갈등이 점점 부피를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천정배나 김한길 의원 세력이 국민의당 내부에서 자신의 정치적 지분을 포기할 이유는 없다. 더민주를 떠나 국민의당에 합류한 의원들 또한 마찬가지다. 총선에 가까워지며 이는 공천갈등으로 폭발될 여지가 다분하다.

안철수 의원 자신은 교섭단체 구성에 연연하지 않겠다했지만, 현상적으로 의원수 늘리기에 발목을 잡힌 꼴이 돼가고 있다. 천정배가 움직이면 광주가 움직이고, 권노갑이 움직이면 전남이 움직이고, 김한길이 움직이면 수도권이 움직일 거라는 전략은 낡은 패러다임이다. 이는 낡은 방식임이 지지율 하락으로 증거되고 있다. 최소한 안철수의 정치는 이 패러다임에 함몰돼서는 성공을 보장받을 수 없다. 안철수답지 못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안철수 의원은 벤처정신으로 세계적 기업 성공사례를 만든 장본인이다. 그러한 신화를 이뤘기에 그가 정치권에 등장했을 때 국민들은 열광했다. 한국정치의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는 참신한 정치를 기대했던 것이다. 세 불리기와 같은 구태의연한 정당의 관행은 그의 정체성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안철수 의원은 이쯤에서 심호흡을 크게 하고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정치 패러다임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필자만의 느낌인지 모르지만 요즘 안철수 의원은 몹시 외로워 보인다. 전혀 자신의 정체성과 어울리지 않는 정치인들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안철수 브랜드 '벤처정치'를 무소의 뿔처럼 밀어붙여야 살길이 생길 것이다.

박호재/언론인,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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