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코앞에 왔습니다. 수 십 번의 설을 쇠고도 ‘설’이라는 말만 들어도, 생각만 해도 설렙니다. 잠간 후에는 마음이 무거워 지면서도요. 지난 한 해 무엇을 했는가?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늘 답은 ‘허송세월’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이제부터라도 무언가 보람 있거나 쌓이는 세월을 보내겠다고 말입니다.

많고 많은 기부 천사들의 명단에 단 한 번도 끼지 못하는 제가 부끄럽습니다. 지금 이 편지를 쓰는 컴퓨터 아래쪽 화면에는 ‘어린이를 살리는 만원의 기적’이라는 어린이 재단의 공익광고가 떠 있습니다. 생각합니다. 기부는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 달에 1만 원도 기부할 수 없는 사람은 드뭅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생각이 짧아서 굶주려 꺼져가는 생명을 외면했습니다. 가슴 저 깊은 곳에서 부끄러움과 후회가 치솟아 오릅니다.

다른 이의 잘못을 지적하는 데는 익숙하면서 저의 잘못에는 지나치게 너그러웠습니다. 부끄럽고 수치스러워서, 손가락질 받을까 두려워서 저 자신에게까지 숨기고 살아야 하는 흠결이 있는데도 말입니다. 능력은 없으면서 욕심만 부렸습니다. 제가 못나서 이루지 못하고서 남의 탓만 했습니다. 듣는 것 보다 말 하는 데 익숙했습니다. 완전하지 못하면 겸손하기라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이번 설을 쇠면 조금이라도 성숙하고, 겸손하며, 타인을 섬기는 삶이고 싶습니다. 인생은 좋은 일, 좋은 생각만 하면서 살아도 짧다는 철리(哲理)를 어기지 않는 삶이고 싶습니다. 몸과 마음에 덕지덕지 붙은 때와 거짓들을 조금만이라도 씻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이웃과 사회에 도움이 되지는 못해도 해를 끼치는 삶은 아니길 다짐합니다. 어렵고 외로운 이웃을 외면하지 않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영광군민신문은 세속의 때에 찌들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주인 되신 군민 여러분께서 늘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고 잘못에는 가차 없는 채찍을 휘둘러 주시기 바랍니다. 병신년 새해 건강과 행운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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