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명 삼동청소년회 영광지구 인성교육 강사

오늘은 시장에 간 이야기로 시작해보려고 한다. 시장에 싸고 질 좋은 그릇을 사러 간 사람이 어느 그릇 가게에 가니 마침 자기가 찾던 그릇이 있었다. 그래서 가격을 물어보고 흥정을 하려는데 주인 말투가 어찌나 퉁명스러운지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싶다. 결국 그 사람은 말 몇 마디를 주인과 오고가더니 기분이 나빠져서는 ‘이 가게 아니면 그릇이 없나? 뭐 이런 놈의 가게가 다 있어!’라며 화를 내고 나가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 그릇가게 이웃에서 장사를 하던 사람이 그 뛰쳐나간 사람을 보며 하는 말이 ‘이 집 주인이 퉁명스럽긴 해도 이 근처에서 여기만큼 싸고 질 좋은 그릇 파는 곳이 없는데, 저 사람은 그릇 사러 온 게 아니라 대접 받으러 시장에 왔나 봅니다’ 한다.

조금 있으니 또 한 사람이 그 그릇 가게에 들어가는데, 이 사람은 주인 말투에는 아랑곳없이 자기가 원하는 물건과 가격을 꼼꼼히 물어보고 따져보더니, 자기가 찾던 물건들을 실수 없이 잘 구해서 알뜰하게 장을 보고 갔다. 그 사람을 보며 이웃 가게 사람이 또 하는 말이 ‘저 사람이 실속있는 사람이요. 아마도 저 퉁명스런 주인에게 저렇게 이 것 저 것 물어보고 나서 사가는 걸 보면 저 집에서도 싸고 좋은 물건들로 잘 골라갔을 것이요. 저 집 주인이 퉁명스럽긴 해도 손님을 상대로 속이는 것이 없어서 원하는 대로 잘 사갔을 것이오’한다.

이것 참 희한하다. 분명히 두 사람 다 시장에 그릇 사러 온 사람들이었는데, 한 사람은 알뜰하게 원하는 물건들을 잘 사갔고, 한 사람은 똑같은 집에 가서 똑같은 물건을 보고도 화를 내며 그냥 돌아갔다. 왜 이런 차이가 나게 되었을까?

경계가 오면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다.(경계란 때로 나를 화나게 하고, 때로 나를 짜증나게 하는 등 내 마음에 변화를 일으키는 외적.내적 상황들을 말한다) 정신을 못 차리게 되면 원래 목적을 잊고 엉뚱한 행동을 하기 쉽다. 앞의 이야기에서 좋은 그릇을 보고도 화를 내고 돌아간 사람이 그렇다. 본래 목적은 좋은 그릇을 사러 간 것이었는데, 주인 말투가 거슬려서 그냥 돌아갔다. 그 모습을 보고, 옆에서 말하길 ‘저 사람은 시장에 장 보러 온 사람이 아니라 대접 받으러 온 사람’이라며 비웃었다.

우리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 데에는 보통 목적이 있다. 내가 아이를 혼내는 이유는 아이가 바르게 커나가는데 도움을 주기 위함이고, 내가 집 청소를 하는 이유는 집을 깨끗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런 저런 경계가 와서 정신을 못 차리게 되면, 아이를 바르게 키우고자 하는 본래 목적은 사라지고, 아이가 내 말을 잘 듣게 하는 것이 본래 목적이 되고, 절대선이 되어 내 말을 안 듣는 아이를 불의하고, 잘못되고, 큰일 날 아이로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청소도 본래 목적은 깨끗한 공간을 만들기 위함이었는데, 집 청소를 열심히 했는데도 아내가 알아주지 않는다든지, 심지어 ‘여기는 청소가 잘 안되었네’하고 잔소리라도 하면 본래 목적이 달성되었는지는 중요치 않아지고, ‘에이, 이놈의 청소. 내가 다시는 하나봐라’하는 경우도 생기곤 한다.

그래서 경계가 오면 정신을 차려야 한다. 어떻게? 매번 하는 말이지만, 오늘도 말한다. 멈추고! 돌리고~ ^^ 경계가 오면 생각 중지, 판단 중지, 내지르려던 말과 행동 중지. 그리고 경계가 있기 전 온전한 마음으로 돌아간다. 아! 내가 열심히 집 청소한 것을 아내가 몰라주니 서운한 마음이 나왔구나! 원래는! 아내가 알아주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나 몰라주는 것에 대한 서운함이 없었는데, 경계(열심히 청소했다는 사실을 몰라줌)를 따라 묘하게 지금 서운하구나!

요렇게 내 마음을 알아차리고, 원래는 그 서운함이 없었다는 것을 확인하면 희한하게 그 서운함이 없던 ‘원래 마음’이 쑥 내 마음에 들어선다. 원래 마음으로 돌아오면 제 정신이 차려지고, 내가 처음에는 집이 더러워서 치우려고 청소를 했구나. 청소를 하고 나니, 아내가 알아주고 몰라 주고에 관계없이 집이 한결 깨끗해졌구나. 아! 애쓴 보람이 있구나! 하고 스스로 청소한 결과에 행복해질 수 있게 된다.

경계 대처 요령을 정리해보자. 경계가 오면 일단 멈추고, 그 다음에 어떻게 하느냐? 두 가지 측면에서 살핀다. 첫째, 내 마음 유리창이 깨끗한가? 지난 시간에 이야기했던 내 마음 유리창에 무언가 낀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둘째, 본래 목적이 무엇이었는가? 내가 지금 가정에서, 직장에서 살고 있고, 일하고 있고, 무언

가 하고 있는데, 그 본래 목적이 무엇인지 되짚어보는 것이다. 내가 지금 그릇 사러 왔는지, 대접 받고 싶어서 왔는지? 혹 그릇 사러 왔는데, 대접 안해준다고 화내고 있다면 얼른 멈추고, 다시 그릇을 살펴야 한다. 이렇게 얘기하면 당연히 그릇사러 왔으면 그릇을 사야지 뭐 다른 일 할 것이 있는가 싶겠지만 현실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기분이 나빠서 못하고, 괘씸해서 못하고, 그 사람이 미워서 못하고, 화가 나서 못하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할 수 있는 일인데,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로 일을 못 처리하고 마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해야 할 일이 안되면 결국 누구 손해이겠는가? 결국은 내 손해가 제일 클 것이다. 경계가 오면 멈추고, 돌려서 제 정신부터 차리자. 내가 찾던 그릇이 눈 앞에 보이면 주인 말투는 아랑곳하지 말고, 멋지게, 실속있게 내가 원하는 그 물건을 획득해보자. 우리 모두 마음공부로 화이팅~ ^^

김건명 삼동청소년회 영광지구 인성교육 강사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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