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김영란 법이 개정됐다. 크게 바뀐 것은 두 가지다. 현금으로 내는 경조사비가 최고 10만원에서 오히려 절반이 깎인 5만원으로, 그리고 농축수산물 선물은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조정됐다.

김영란 법은 처음 제정됐을 때 결국 죽은 법이 될 것이라는 여론이 분분할 정도로 논란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법이 큰 도둑을 잡아야지 정리로 오가는 선물까지 액면으로 가로막으면 되겠냐는 불만이 잇따랐다. 부정한 청탁을 없애자는 법 취지는 좋지만 광범위한 제재가 주는 피해 또한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다.

맨 먼저 피해를 입은 분야는 농축수산 업계였다. 한국인들이 가장 다반사하게 주고받는 선물이 바로 이 분야의 상품들이기 때문이다. 영광굴비도 큰 피해를 입었다. 선물 상자를 줄이고 마리수를 줄이고…등등 가격을 맞추기 위해 안간 힘을 쏟는 모습이 안타까울 지경이었다. 물론 매출도 눈에 띄게 줄었다. 제재가 계속되면 문 닫는 점포도 많아졌다. 지역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쳤다.

국민들은 천문학적 규모의 검은 돈들이 오고간 탄핵 청문회를 보면서 사소한 부정 잡겠다는 김영란 법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권력 심장부에 기거하는 큰 도둑들에겐 김영란법이 아무 의미도 갖지 못한다는 불신이 쌓였기 때문이다.

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축산업 종사자들의 불만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10만원 상한 규정은 한우세트와 같은 고가 상품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고, 값싸게 시장에 나오는 수입 유통업체나 마트만 이롭게 할 뿐이라는 불만이다.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어떻든 이번 법 개정이 지역 굴비판매 신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다음 설이 기대된다.

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언론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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