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쯤 해외여행 길에서 물을 사 마시는 새로운 경험을 했습니다. 돈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에서 수입한 ‘생수’라는 것을 사 마신다는 말을 듣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생수 사 마시는 것이 보통인 사람들의 세상은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마실 물이 없으니 사서 마실 수밖에 없는 땅에서 며칠 지내면서 샘만 파면 마실 수 있는 물이 펑펑 솟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만도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5년 전 즈음부터 우리나라도 생수 사 마시는 것이 그다지 어색하지 않게 됐습니다. 이제 생수병 들고 다니는 것은 ‘상식’이 됐습니다. ‘물 쓰듯 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원래는 헤프게 마구 써버린다는 의미였지요. 지금도 우리에게는 물을 헤프게 마구 써버리는 습관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물 쓰듯 하다’라는 말은 정반대의 의미로 쓰여야 합니다. 물을 ‘금쪽 같이’ 써야 하는 세상을 살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샘만 파면 마실 물이 나오던 대한민국은 어디 갔을까요. 왜 이렇게 변했을까요. 누구 때문일까요. 우리가 물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함부로 썼기 때문입니다. 물이 ‘금쪽’보다 더 가치 있다는 것을 모르고 마구 써버렸습니다. 마구 쓰기만 한 것이 아니라 학대 했습니다. 파서 쓰고 내버려 두었습니다. 마구 더럽혔습니다. 더럽혀진 물이 땅속으로 들어가기를 반복하며 땅 속의 물은 이제 거의 마실 수 없는 물이 돼버렸습니다.

되돌아보면 인류가 오염시킨 자연으로 인해 고통 받게 된 과정과 같습니다. 지구를 잘 못 사용해 고통 받으면서도 인류는 아직도 지구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못된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아직도 물 귀한 줄 모르고 마구 쓰는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얼나마 더 지구가 오염돼야, 물이 얼마나 더 ‘금쪽’ 같아져야 정신을 차릴까요. 지금 남의 말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영광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영광은 지난봄부터 가뭄이 심각합니다. 옛날처럼 수리 시설이 갖춰지지 않았으면 ‘난리’가 났을 것입니다. 농사는커녕 마실 물도 귀했을 것입니다. 일부 지역 농업용수가 부족하기는 했으나 풍년을 맞았습니다. 상수도 물이 부족하니 아끼자는 호소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기와는 관계가 없다는 듯 물을 헤프게 쓰는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영광군이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저기서 가져다 쓸 수 있는 물도 한계에 이르러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물을 ‘금쪽’같이 생각하며 써야겠습니다. 큰 부담 없이 쓸 수 있을 때 아끼지 않으면 우리 모두가 큰 고통을 받게 될 것이 뻔합니다. 마시는 물을 비롯한 생활용수의 부족은 돈이 없는 고통보다 훨씬 더 크게 다가올 것입니다. 돈으로 생수 사 마시면 된다고요? ㅃ짤래는요? 화장실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목욕탕의 한 바가지 물이 타는 목을 적셔주는 날이 올 수도 있습니다. 모두 물을 아껴야겠습니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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