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기 시인

흐린 날 눈발 천이 날리 듯 물결치고

곧올재 지게길 구불구불 넘어가는 노인봉

북문재 북풍은 살을 엔다

고성재 우산 공원 대숲 길 오르면

바다로 가는 길 넓은 들이 아심이 보이고

지한일 갈대 소리 법성 포구에 쓰러진다.

뱃길은 멀고

밀재 깃재 마칫재

산세는 높지 않으나 겨울은 잿길이 막혀

시오리 길은 걸어서 다니던 설국

골목길 뱅어장사 새벽 눈발자국 찍고

모찌떡 외우던 입김

처마에 고드름으로 열린다

내외하는 남녀는 같이 걷질 않고

뒤에서 서너 걸음 따라나서는 여인네

버선에 얼음 얼어도 춥다 않고 종종 걸음 걷는다

행화라는 기생은 폐병 서생에게 정을 주어

사내가 죽던 날 다리목께 소복하고 상여소리를 메기고

따라나선 기생들이 통곡을 하였다는 일화

그날 이후 딸 삼은 아이를 데리고 떠나버렸다는데

그 아이가 훗날 명창이 되었다고

그 일을 아시는 분은 몇 안 되지만

구전되어 전해진다.

그런 아리따운 사랑도 세월 뒤에 숨는다.

일가족이 몰살당하고 다락에 숨겨진 아이만 살았다는

비극 같은 실화며

아이를 보러 왔다 잡혀서 죽은 어느 장교 얘기며

인민 전사 박막동이 상갓집에서 체포되던 날

그 애미는 조서받으로 가는 배에서 소피마렵다고 뒤로 가서

젖먹이 아이를 안고 물속에 뛰어들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간 것과 소금을 지고 담양 순창 사람들

태청산 마칫재를 넘고

외지로 떠났던 사람들 깃재로 밀재로 넘어오고

옴팍한 솥 자리 같은 영광 읍내

흉흉한 소문

오가는 발자국에 지워졌다

날 좋은 날 성산에서 칠산바다를 바라보면

물비늘이 반짝인다

옛 사연이 바다에 쓸려갔다

설도 항에 잘 익어서 돌아온다

설도 오젓이 익어간다

서해안 애환이 도람통에 삭는다

눈이 내려 쌓인다

유창수 기자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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