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시환 법성문화진흥원장

흔히 사람들은 한 지역을 방문하게 되면 가장 먼저 그 지역의 역사와 유래를 묻게 된다. 그래서 지역사가 없이는 지역이라는 실체가 존재하지 않게 된다. 다시 말해,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역사를 기록하고 정리하는 작업은 바로 지역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작업이다.

나아가 이러한 작업은 지역 사회에서 살고 있거나 지역과 연관을 맺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언행을 지역 사회라는 맥락 속에서 성찰하게 만들고, 나와 우리의 언행이 앞으로 지역사 속에서 어떻게 투영되고 기억될 것인가를 자문하며, 지역 정체성을 보다 성숙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이러한 필요성 때문에 지방자치가 부활된 1990년대 이후부터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군지'나 '향지' 등의 지역지가 출간되고 있다. 대부분 국가 전체의 역사적인 사실을 마치 그 고장의 역사처럼 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고장도 예외는 아니다.

이번에 법성문화진흥원에서는 설립원년사업으로 법성면 지역을 중심으로 구석기 시대부터 근현대까지의 사료를 조사하여 집대성하였다. 지역 스스로 자기 지역에 대한 애정 위에서 기존 발간 자료를 보강하고 잘못된 역사적 사실을 바로 잡아가기 위해서다.

이번 조사는 '법성진성' 복원에 필요한 문헌과 사료를 중점적으로 조사하였다. 이와 병행하여 법성지역의 근ㆍ현대사에 대해서도 조사하였다. 조사대상은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을 포함하여 국공립 및 각 대학 도서관과 여러 학술연구기관 등 공공기관을 망라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를 『사료집』(CD)으로 체계화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최종 결과물인 『법성문헌록』(1차)을 발간하여 집대성하여 지역사 편찬은 물론 학술사료로 후학들이 널리 활용토록 하였다.

이『사료집』(CD)에 담긴 사료들을 국가지정문화재인 '법성포단오제'의 학술지원, '곡우사리굴비축제'의 콘텐츠 개발, '법성문화탐방길' 조성 등의 사업 수행에 요긴하게 활용할 계획이며, 이를 이용하여 우리 법성 지역의 정치‧교육‧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 대한 발간 사업도 계속할 계획이다.

이번에 1차로 발간된 『법성문헌록』에는 '법성진성' 외 '법성진' 및 '조창'과 관련된 내용을 집중하여 수록하였다. 이와 병행하여 연혁‧지명‧정유재란‧ 동학혁명‧항일운동‧한국전쟁‧농축수산업‧영광굴비 순으로 모두 11개 항으로 수록하였다. 수록된 내용 모두에 관련근거를 주(註)에 명기하여 논거를 분명이 하였다.

특히 복원을 앞두고 있는 '법성진성'에 관해서는 규모‧관아의 위치‧진성 내‧ 마을지명의 변천 등 상당부분을 새로 확인하여 수록하였다. 일제강점기 항일운동과 관련하여 의병항쟁, 3.1운동, 청년ㆍ노동ㆍ여성운동이 기존 기록과 다르다.

일제강점기 영광군의 최대 옥사(獄事)인 '영광체육단사건'은 실제 옥고를 치렀던 인사가 배제되고, 옥고를 치르지 않은 인사가 수록되어 있는 등 전혀 사실과 다름도 확인하여 그 전모를 기록하였다. '법성사립보통학교'의 설립지가 기존기록과 다름도 확인하여 수록하였고, 일제에 항거하여 옥고를 치른 인사 가운데 일곱 분이 아직도 정부로부터 훈ㆍ포상이 이뤄지지 않아 이들 선현들의 서훈이 화급한 안타까운 현실도 확인하여 수록하였다.

집필은 김범진 선생이 하였고, 국립민속박물관 오창현 박사가 종합 감수하였다.

어떤 이들은 역사를 과학이라고 한다. 과학은 합리적인 다른 증거가 나오면 기존의 과학이론은 수정된다. 과학은 절대 진리가 아니라는 것이 과학의 기본(기초)이다. 역사 또한 여러 문헌이나 고고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쓰인다. 그리고 다른 증거가 나오면 서술이 바뀐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역사는 과학이다.

그래서 철저하게 사실(fact)에 근거하여 이를 평가하고 기록되어야한다는 것이다. 1차로 발간된 『법성문헌록』은 이와 같은 기조로 서술되었음을 첨언한다.

지금은 우리고장이 말단 행정지역으로 전락하였지만 조선시대에는 무려 106년 동안 독자적으로 영광군을 포함하여 다른 군ㆍ현과 똑 같은 지위에서 영화를 누렸던 고장이다. 이와 같은 정체성 때문에 지금도 자긍심이 대단한 고장이다. 우리고장의 역사가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의 문헌조사가 애향의 씨앗이 되어 우리고장의 문화 창달에 좋은 시금석이 되리라 확신하며, 다가오는 무술년에도 더욱 성찰하고 분발할 것을 스스로 다짐해 본다.

성시환 법성문화진흥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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