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 중앙 초등학교 학이 시작되기전 얼마전 친구 집에 놀러 갔을 때 일이다.

강루시아/중앙초 녹색어머니회 회장

친구는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찻잔을 앞에 두고 수다 떨고 있는데 친구아들이 학교 마치고 들어섰다. 내게 인사를 하고 가방을 방에 두더니 거실 컴퓨터 앞에 앉으려 했다. 그러자 친구가 “아들! 방에 가서 숙제하고 공부해야지” 한다. 친구아들이 두말없이 제 방으로 들어간다. 10여 분 뒤 친구아들이 방에서 나와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낸다. 그 모습을 본 친구가 “손은 씻고 먹는 거야? 공부는 다 했어?” 한다.

친구 아들은 우유를 한 컵 따라서 다시 제 방으로 들어간다. 다시 10여분 뒤 친구 아들이 나와서 컴퓨터 앞을 서성인다. 이번엔 친구의 음성이 날카롭게 올라간다. “공부하라니까? 왜 컴퓨터 앞을 왔다 갔다 하는 거야?”. “얘. 아이가 학교에서 왔으니 좀 쉬어야지” 라는 내말에 친구는“학생이 공부해야지”.한다. “애가 방금 왔잖아”. “잔소리 안하면 게임이나 하고 공부는 안한다니까!” “ 그래도 좀 쉬어야지 너무 하는 것 아냐?”

그러는 사이 아이는 두어 번 더 거실을 왔다 갔다 하다가 제 엄마에게 같은 잔소리를 듣는다. 마지못해서 아이가 제방에 들어갔을 때 내가 친구에게 한마디 했다. “야! 너는 학교 다닐 때 그렇게 열심히 했냐? 맨날 우리 집에서 놀았으면서. 너는 공부 잘 했냐? 요즘 책다운 책 한권 읽은 것 있어? 애가 숨을 쉬어야 꿈 꿀 시간도 있을 것 아니냐. 나도 예전엔 30분이고 한 시간이고 책을 봤는데 요즘은 10분 보고 삼사십분 쉰다. 몇 시간씩 학교에 앉아 있는 아이들이 불쌍하기도 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나는 들더라. 너도 책이나 읽으면서 아들에게 잔소리해라” 내가 좀 흥분해서 말하니 친구가 가만히 있다. 친구랑 이야기 나누고 나올 때 까지 친구아들은 여전히 공부하라는 엄마 말에 방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친구모습을 생각해 보았다. 친구는 자신이 아들에게 공부하라고 방에 밀어 넣으면 아들이 공부를 하리라 생각하는 걸까? 그렇게 책상 앞에 붙잡아 두면 공부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들이 공부를 잘하면 행복해 질 거라 생각하는 걸까? 아들에게 공부 잘하는 일등 자식이길 바라면서 친구 자신은 아이에게 일등부모 일 수 있을까? 잔소리 하고 조언하면 아이가 엄마말대로 살아주리라 믿는 걸까?....

부모는 아이를 간섭하고 잔소리 하는 것이 교육이고 사랑이라 생각한다. 다 자식들 잘 되라고 하는 말이고 행동이라 여긴다. 우리 부모들이 어느 경우에 간섭하고 잔소리 하는지 조사 한 것을 보면 자녀에 대한 교육관이 불분명 할 때. 잘난 아이와 비교해서 조급한 마음이 들 때. 자녀에 대한 기대만큼 현실이 따라주지 않을 때. 부모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자녀를 통해 대리만족하려 할 때 등이라 한다.

그럼 잔소리, 간섭은 무엇인가? 모든 잔소리, 간섭에는 ‘도덕적 명령’의 성격을 띤다. 또 자식을 자기 방식으로 다루려는 의도가 숨어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안다. ‘도덕적’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재미없다는 것을. 그러면서도 우리의 아이들에게 “숙제부터 하고 놀아라” “컴퓨터 게임하지 마라” 등 잔소리 하며 은근히 복종을 요구하는 것이다. 하나 둘 간섭하며 습관이 되어 자꾸 잔소리가 늘어난다. 그러나 아이들은 매번 듣는 소리이니 내성이 생겨 적당히 무시한다. 어느 통계에서 청소년들에게 “가장 부모에게 듣기 싫은 말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자신들도 뻔히 아는 나쁜 것을 부모들이 조언하고 충고 할 때 라는 대답이 1위 였다.

아이들과 부모 자신을 위해서 아이들과 일정 거리를 두면 어떨까 한다. 거리를 둔다는 것은 아이들을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 주는 것이다. 자식을 부모가 믿어 주는 것이다. 아이들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도와주자. 부모가 자식의 해결사인양 자식의 인생을 좌지우지 하거나 책임지고 살아주려고 해서는 안 된다. 관심은 갖되 불필요한 간섭은 자제해야 한다. 우리의 아이들은 믿어보자. 한 발짝 물러서면 비로소 보인다. 우리의 아이들이 얼마나 착하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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