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편집위원장

구도심을 ‘차 없는 문화의 거리’로 만들자는 군의회 손옥희 의원의 제안에 대한 반응이 시큰둥하다. 다시 말하지만 손 의원의 제안은 성공 가능성이 높은, 지극히 현실적인 제안이다. 그럼에도 영광읍 구도심 상인들과 영광군은 차가 다녀야 지나가면서 잠깐 내려서라도 물건을 사갈 수 있다는 논리에 함몰돼 있다. 정말 안타깝다. 남대문을 가보지 않고서 남대문 문턱이 높으니 낮으니 말싸움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모든 시작은 어렵다’는 독일 속담이 있다.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불안하며 고통스러운가는 잘 안다. 하지만 ‘근대 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는 “결단을 내리지 않는 것이야말로 최대의 해악이다”라고 했다. 구도심 상인들과 군 당국이 어떠한 결단도 내리지 못하고 언젠가는 좋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세월을 보내는 것은 가장 우매한 선택이다. 해악이다.

‘차 없는 문화의 거리’가 대책이 되지 못한다면 어떤 대책이 있는가 묻는다. 이대로 세월만 보낼 것인가. 무언가 과감한 결단을 내려 실행에 옮기지 않는 것은 후일을 사는 사람들에게 무책임한 것이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끝은 심히 창대하리라’는 성경 말씀(욥기8;7)도 있다. ‘차 없는 문화의 거리’를 시작하는 것은 어렵고 처음엔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차 없는 거리’ 정책의 끝은 ‘대 성공’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바다.

군 당국이나 상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주차장 확보’를 주장한다. 다시 말하지만 현재 매일시장 활성화를 위해 조성한 주차장은 차 한 대 주차 공간당 2800만 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됐다. 그 효과는 어떤가. 침체일로다. 얼마나 더 많은 돈을 들여 어디에 주차 공간을 마련해야 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20여 년이 넘는 동안 자구책을 강구하지 않은 채 주차장 타령만 하는 상인들이나 군 당국이 참으로 딱하다.

군 당국과 상인들에게 다시 한 번 선진지 벤치마킹을 권한다. 국내에도 부평 등 ‘차 없는 거리’로 성공한 사례는 많다. 스페인의 폰테베르다도 가보길 권한다. 장기간 경기침체로 인한 손해보다 약간의 경비를 들여 관광 겸해 가서 보고 배워 구도심 살리는 현명한 결단을 해주기 바란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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