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숙 법성중학교 교장

35년간의 교직생활을 뒤돌아보면, 교직이 천직이니, 사명감이니 이런 단어보다는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교직 초기에는 수업시간에 가르쳐 준 지식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수업내용에 대한 이해도나 학습태도에 대한 측정을 위해 쪽지시험을 보고 시험결과에 따라 체벌을 하기도 하면서 그게 순전히 아이들을 위한 사랑이라고 굳게 믿으면서 생활을 해왔다.

매 시험마다 아이들의 성적이 오르고 내림에 대하여 상담하고, 다시 약속하면서 담임으로서의 긍지와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다 점점 더 아이들을 둘러싼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어떤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는지, 가정에 부모님은 다 계시는지, 요즘 좋아하는 연예인은 누구인지, 나중에 커서 하고픈 일은 무엇인지.....

그렇게 관심이 달라지는 것은 나 스스로 선생님으로서의 역량이 커가는 것도 있겠지만, 세상의 변화도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다.

30여 년 전엔 대부분의 아이들이 가정형편은 곤란해도 거의 모든 학생들에겐 부모님이 계시는 게 당연하였고, 한 학급에 두세 명 아이들만 한부모 가정이었던 걸로 기억되는데, 불과 10여년 후엔 우리반 아이들의 1/3이 다양한 사연을 가진 한부모 또는 조손가정의 아이들이 많아지게 되었다. 그러니만큼 아이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방법 또한 다양해질 수밖에 없고, 꿈을 그리게 하는 방법 또한 다양해지게 되었다.

‘모둠일기’와 ‘토막상담’ ‘학급카페’ 운영 등 많은 채널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을 함께 나눠보면서 그들 속으로 들어가보려고 노력하였다.

그 당시 아이들의 고민은 어떻게든 일반계 고등학교를 가서 좋은 대학을 가는 게 목표였고,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부에 매진하는 것을 최선으로 알고 있었으며, 일반계 고등학교를 가지 못하는 것에 대한 마음앓이를 많이 하였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요즈음의 아이들은 진로를 다양하게 설계하기 시작했다.

마이스터고를 진학해서 고교 졸업과 동시에 사회에 진출하고자 하는 아이.

유난히 화장이나 멋내기를 좋아하는 학생은 그 재능을 살려보고자 미용을 전공하려 하고 아빠 사업을 일찍부터 배우겠다고 같은 계열의 특성화고를 찾는 아이.

뛰어난 체력과 운동감각을 스스로 인정하여 체력단련과 훈련에 몰입하는 아이.

중학교때 배운 악기연주를 꿈으로 이어가는 아이.

이제 아이들은 각자의 자신의 꿈을 찾아 자신에게 몰두하고 있다. 수없이 자신을 들여다보고 학교교육과정에서 다양한 진로를 접근해보고 고민을 통해 자신을 다독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변화하는 세상에 대한 꾸준한 탐색을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교장실에서 내다보면 참 많은 종류의 나무들이 눈에 띈다.

교정에 우뚝 서있는 나무들처럼 아이들도 서로 다른 기질과 특성과 재능을 가지고 있으며 각각의 기질과 재능이 돋보일 수 있도록 다듬고 거름 주고 어루만져 주는 게 교육자의 소명이 아닐까 싶다.

최진숙 법성중학교 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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