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무술(戊戌)년, 황금개띠의 새해가 밝았다. 무는 큰 산 혹은 황금색을 상징하고, 술은 개를 뜻하기에 그렇게 표현한다.

인류는 선사시대부터 삶을 지키기 위한 원초적 본능으로 신앙미술을 창조했다. 두려움의 대상으로서, 그리고 먹거리로서 인간의 삶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인 동물들이 곧잘 그 대상이 되곤 했다.

한반도에서도 바위그림이나 동굴벽화를 비롯해 토우, 토기, 고분벽화 등에 수많은 종류의 동물들이 등장한다. 이 동물들에는 제각기 나타내고자 하는 의미와 상징이 숨겨져 있으며, 그것들은 12지상(十二支像)이라는 우리 민족고유의 수호신앙의 형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해를 띠 동물의 순행으로 일컫는 것은 바로 이 같은 12지 신앙의 산물이다.

개띠 해는 육갑(六甲) 가운데 갑술(甲戌), 병술(丙戌), 무술(戊戌), 경술(庚戌), 임술(壬戌) 등으로 순환하며, 십이지의 열한 번째 동물로서 시간으로는 오후 7시에서 9시, 방향으로는 서북서, 달(月)로는 음력 9월에 해당하는 방위신이자 시간신이다.

개는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동물 가운데 가장 흔히 접할 수 있고, 인간과 가장 친밀하고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동물이다. 개는 때로 비천함을 빗대는 저속어로 얘기되곤 하지만 동서를 막론하고 인간에게 헌신하는 충복의 상징으로 사용될 때가 많다. 특히 설화에 나타나는 의견(義犬)은 충성과 의리를 갖춘 우호적이고 희생적인 행동으로 그려지며 관련된 다양한 이야깃거리들이 전국에서 전승된다.

국민 대다수가 반려 견을 키우는 시대가 됐다. 개는 그만큼 우리의 일상에 더욱 가깝게 다가서 있다. 무술년 새해가 그 어느 해보다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있듯이, 모두에게 걱정 없는 한해가 됐으면 싶다.

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언론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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