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는 1910년 여순 감옥에서 교도관 등에게 유묵(遺墨)을 써주셨습니다. 경전의 구절이나 격언 등입니다. 그 유묵만 보아도 안 의사가 어떤 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국충정과 반듯한 삶이 보입니다. 가장 유명한 것은 ‘一日不讀書口中生荊棘’(일일불독서 하면 구중 생형극이라)입니다. 일본으로부터 돌려받아 보물로 지정된 작품입니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뜻으로 중국 송나라 때 시인이자 서예가인 황정견의 시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하루의 독서는 천년의 보배요 백 년간 물질만 탐하는 것은 하루아침의 티끌과 같다는 말도 있습니다. 교육자 컬리넌은 “좋은 책과의 만남은 스승이나 친구의 만남 이상으로 중요하다. 한 권의 책이 개인, 사회, 나라를 바꾼 예를 역사 속에서 숱하게 보아 왔기 때문이다”고 역설했습니다. 병리학자 피터 도허티는 독서가 노벨상을 받은 원동력이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책과 독서는 지식정보사회의 요체인 것입니다.

해가 바뀌었습니다. 그때마다 뭔가 해야겠다는 다짐들을 합니다. 저의 경우 학창 시절엔 공부나 운동, 독서 등이었지요. 청년 시절엔 나쁜 습관 바로잡기나 편지 쓰기, 해보지 못한 것 해보기였습니다. 저 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저와 비슷한 세월을 사셨으리라 봅니다. 청년도, 노인도 아닌 세월엔 금연이 단골 메뉴로 등장 했지요. 흡연을 범죄시 하는 세태가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새해 아침에도 버릇처럼 금연을 목표로 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고개를 저었습니다. 갈수록 멀어져 가는 책을 다시 가까이 해보자는 다짐을 했습니다. 상당한 세월 책과 담을 쌓다시피 했습니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믿음을 망각한 세월이었습니다. 새해를 맞는 다짐을 제대로 실천해본 기억은 없습니다. 모두 핑계가 있었습니다. 책을 가까이 하겠다는 다짐은 또 어떤 이유를 대며 지키지 못할 것인지 스스로 궁금합니다.

방정맞게도 눈이 좋지 않아 오랜 시간 책을 들여다 볼 수 없다는 그럴듯한 핑계가 벌써부터 예상됩니다. 읽지 안드라도 늘 옆에 두고 하루 한 페이지라도 읽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밥은 굶어도 한 페이지의 책읽기는 저를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고 믿겠습니다. 그리하여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을 바라보고, 하지 못하는 생각을 할 수 있고, 알지 못하던 것을 알아가고자 합니다. 그런 상상만으로도 즐겁습니다.

불행하게도 세계적 IT강국인 우리나라에서 독서 교육은 저 뒤쪽으로 밀려난 지 오랩니다. 신문조차 TV와 인터넷에 밀려났습니다. 우리말과 글조차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문법은 물론, 알 수 없는 신조어가 판을 치고 있는 실정입니다. 먼 훗날 우리말과 글이 어떻게 변할지 생각만 해도 두렵습니다. 독서는 우리말과 글을 지키는 길이기도 합니다. 책보다 휴대폰과 컴퓨터를 먼저 만지는 어린이들이 책 읽기를 좋아하게 될까요? 우리 모두 생각해볼 때입니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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