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자란 무엇인가?

▶ 기자는 감시자

기자나 작가나 공감의 세계에 사는 건 똑 같다. 기자는 늘 진실의 편에 서야 한다. 즉 기자는 납세자의 편이요. 공익의 감시자이다. 기자는 공익 이외의 어떤 주인도 섬겨서는 안된다.

따라서 기자는 현실의 목격자이며 증언자다. 기자는 역사의 해석자로 지난 날과 오늘을 통해 내일을 예측한다.

지난 시기 한국사회에서 기자의 이런 사명은 권력과 자본에 의해 무시당하고 능멸당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진실의 편에 섰던 기자는 신문사가 아닌 거리로 내몰렸다. 이제 기자는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자본과 권력의 수호자가 돼가는 느낌이다.

시대가 변하여 모든 것이 변한다 하더라도 기자의 사명은 변치 않는다. 그 변치않는 사명은 바로 “진실의 편에 서서 권력과 자본의 횡포를 감시하는 역할”이다.

▶ 한 우물만 파는 기자

오늘날은 민주주의 사회다. 직업의 형태가 다양해졌고 권력기관도 여러 곳으로 분산되었다. 그래서 관리가 된 것보다 기자가 된 것이 더 뽐낼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런 얄팍한 판단을 갖고서 기자를 발판으로 삼아 권력을 지향하는 해바라기가 되어서는 안된다. 지난 몇 년동안 많은 사람들이 기자경력을 발판으로 국회며 관계진출을 노렸다. 그건 큰 잘못이다.

이런 현상은 바람직하지 못하며 바른길도 아니다. 기자의 직분을 발판으로 이용하려는 사람을 신문사 측은 정면으로 거부한다. 기자는 기사로서 사회를 개선하려는 열의가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 서민의 교수

기자는 서민의 교수이다. 트리분(Tribune)은 평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평민에 의해 뽑힌 로마시대의 호민관을 말한다. 이 말만큼 신문의 자세를 제대로 표현한 말은 드물 것 같다.

일간신문기자는 그날의 교사다. 월간잡지기자는 그 달의 교사이다. 기자는 개혁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 개혁자에게 필요한 자격의 하나는 이상이다. 서민의 교수건, 호민관이건, 그날의 교사이건 기자의 자세는 끝내 평민적이어야 한다. ‘서민으로 살다 서민으로 가련다’는 마음가짐이 떠나지 않아야 한다. 서민에게 모자를 벗고 머리를 숙일 줄 아는 기자가 아쉽다.

▶ 공익의 머슴

기자라는 직업은 의사보다도 중요하고 의심할 여지없이 변호사보다 중요하다. 언론은 공기이다. 그러므로 매스컴은 사회공익에 대해 책임을 진다. 이런 일은 결코 해로울 게 없다.

기자의 머리에서 공익이라는 두 글자가 지워진다면 그건 한낱 행정대서사(법무사)나 다름 없다. 참다운 기자는 공익 이외의 다른 주인을 섬기지 않는다. 그러기에 기자는 공익의 성실한 머슴이다. 공익의 감시자라고 해도 무방하다.

기자는 공익성의 고발자이기도 하다. 워터게이트의 큰 사건도 몇 명의 기자가 파헤친 것이다. 이로인해 닉슨 대통령은 임기전에 대통령의 권좌에서 물러낫다. 록히드 사건에 앞서 부정축재를 샅샅이 폭로한 일개 잡지 때문에 일본의 다나카 수상이 권좌에서 밀려났다. 뒤이어 록히드 사건으로 인해서 그는 수감되었다. 또 최근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도 있다. 몇몇 신문기자의 힘, 일개 잡지의 힘이 어떻다는 걸 실감있게 보여 준 일들이다.

어는 경우에도 기자는 권력의 시녀일 수 없다. 또 언론과 정부는 적대관계를 형성해서도 안된다. 서로 견재하면서 조화를 찾아야 한다. H·G웰즈는 로마제국이 망한 건 제역할을 다한 언론이 없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기자는 예스맨이 아니다. 기자는 납세자의 편에 서야한다. 국고금이 올바르게 쓰여지는 가를 지켜보아야 한다. 공익보다 우리들에게 절실한 건 빈부의 격차 문제다. 소득의 공평분배를 통해 빈부의 격차를 좁히는데 있다. 적어도 생각하는 기자라면 이런 문제에 예리한 논리를 보내야 한다.

▶ 사회 정의

기자는 불편 부당하다고 말한다. 누구의 편도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필자는 달리 생각한다. 기자는 누구의 편인가. 결론은 간단하다. 억울한 사람, 올바른 사람의 편이다. 진실의 편이다.

강자의 압력에 못 이겨 쓸 것을 못쓰면 안된다. 약자라고 해서 무턱대고 도와주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억울한 약자, 올바른 약자만을 도와주어야 한다. 편견은 기자에게 금물이다. 편견은 진실을 수렁에 빠지게 한다. 온갖 선입견의 색안경을 말끔히 벗어야 한다. 기자는 사랑과 미움을 함께 지닌 중간자이다. 먼저 사실을 파악하고 그 뒤에 마음대로 곡해하라.

기자의 눈이 공정해야 함을 뜻한 말이다. 공익을 떠난 기자, 사회정의감을 떠난 기자는 이미 기자가 아니다. 기자를 미끼로 출세의 길을 탐낸다면 분명히 타락한 기자다. 훈장이 그리운 사람, 출세를 바라는 사람, 돈이 그리운 사람은 아예 기자 생활에 발을 붙이지 말아야 한다. 평민으로, 서민으로 만족할 사람만이 기자의 직업을 택해야 한다.

▶ 튼튼한 몸

‘언제나 먹을 수 있고, 어디서나 잘 수 잇고 틈을 보아 배설한다.’ 기자의 건강을 단적으로 드러낸 말이다.

어떤 경찰 출입기자는 매일 밤 12시에 다른 신문사 기자들과 기자실에서 헤어진 뒤에 다시 한번 병원이며 역에 들러 사건의 유무를 확인했다. 그는 이렇게 하기를 5년반, 시간으로 셈하면 1천9백시간이나 남보다 더 일한 셈이다.

오직 3건의 특종기사를 위해 엄청나게 뛰어다녔다. 얼핏 생각하면 바보스럽기까지 하다. 적어도 이런 정도의 열의와 건강이 없으면 아예 기자의 직업은 단념하는 게 좋다. 외국, 어떤 신문사 중역은 재직 10시간이란 글에서 50여년간의 개근 기록을 세웠다. 편집부장 시절의 그는 아침 9시에 출근, 오밤중까지 거머리처럼 책상에 붙어서 일을 해냈다. 이런 일은 우리 나라 신문의 경우도 수두룩했었다.

▶ 현장에서 살다 현장에서 사라져

적어도 저널리스트에게 발은 쉬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기자의 현장정신을 말한 것이다. 발로 조사해서 머리로 쓰는 게 기자다. 세계적인 명기자 레스턴의 말이 또 떠오른다.

“나는 별다른 철학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두 개의 튼튼한 다리를 갖고 잇을 뿐이다. 그러나 내 생각으로는 어디로 가면, 누굴 만나면 필요한 뉴스 정보를 얻을 수 잇는지 알 수 있다. 나는 그걸 부단히 수집하는 것뿐이다.”

현장에 밀착하라는 뜻이다. 바다에서 호랑이를 잡겠다는 건, 현장정신을 팽개친 것이다. 바다에서 싸우다 바다에서 사라지는 게 어부의 일생이라면, 현장에서 살다 현장에서 사라지는 게, 기자의 일생이 아닐까.

멸종위기에 있는 희귀한 새를 찾아 며칠동안 설악산 깊숙한 골짜기를 헤맨 어떤 사진기자가 있었다. 그는 눈사태로 목숨을 잃을 뻔 했는가 하면, 스파이로 오인,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어족 보호의 취재 때문에 먼바다로 나가 며칠이나 비바람과 싸운 기자도 있다.

문화재 도굴을 취재하기 위해 으스스한 무덤가 성황당에서 밤을 지새운 기자도 있다. 모두가 공익의 감시를 위해 현장 깊숙이 파고든 기자들의 모습이다.

현장 정신은 끈기가 필요하다. 현장을 지키는 불침번이다. 이것이 기자의 일이다. 존·간서 같은 대기자는 엄청난 내막기사를 쓰기위해 현장 깊숙이 여행을 거듭했다. 대기자 솔즈버리도 그랬다. 그들은 70이 넘는 노기자들이지만 늘 현장에 두 다리를 굳게 뻗치고 있었다.

이름을 숨긴 어떤 독지자가 달마다 불우소년들을 위해서 경찰서에 금일봉을 전했다. 이 사실을 알아내기 위해 기자는 밤낮 가리지 않고 6개월을 헤매었다. 결국 그는 독지가를 찾아내고야 말았다. 하지만 기자는 이를 단 한 줄의 기사로도 옮기지 않았다.

여기서도 기자의 현장주의가 얼마나 끈질기고 고달픈 것인지 짐작이 된다. 현장은 정보의 수원지다. 현장은 기자의 싸움터다.

▶ 속전속결

기자는 시간의 벌레다. 늘 시간에 쫓긴다. 마감시간이라는 사선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난 생선은 싱싱하지 않다. 기자들의 시간 관념도 이와 비슷하다. 늘 싱싱한 정보를 쫓기에 바쁘다. 속전 속결, 하나를 보고 전체를 파악한다. 빨리 보고 명쾌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복잡한 문제를 간단히 꿰뚫어 보는 힘이 있어야 한다. 중간적 결론을 제때제때에 어김없이 내려야 한다. 제때의 일을 제때에 해치워야 한다. 게으름뱅이가 돼서는 싱싱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

속전속결은 평상시의 예비지식에서 온다. 그러기에 늘 생각하고, 늘 관심을 지녀야 한다. 무엇인가 끊임없이 생각하는 습성은 훌륭한 기자를 만든다. 이런 부분에 자신이 없다면 불행하지만 기자로서의 적성이 부족한 것이다.

▶ 센스는 관심

센스는 관심에서 온다. 센스가 있는 기자는 그만큼 사물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보는 관심, 읽는 관심, 듣는 관심, 느끼는 관심, 접촉하는 관심 등 모두가 기자의 소질을 살찌게 한다.

그러나 단순한 관심으로는 훌륭한 기자가 될 수는 없다. 관심을 실물화하는 연상작용이 아쉽다. 하나의 관심이 연상의 꼬리를 물고 새로운 발상의 나래를 펴야 한다. 하나의 표정, 한마디의 말속에서 무엇인가를 어김없이 찾아내야 한다. 하나의 표정, 한마디의 말속에서 무엇인가를 어김없이 찾아내야 한다. 마치 족집게로 티눈을 집어내듯 평범함 속에서 비범한 걸 찾아낸다.

남들은 예사롭게 하는 말인데 기자는 그 속에서 재빨리 문제점을 찾아낸다. 밖에서 겉을 들여다 보는데서 그치면 안된다. 밖에서 속을 들여다 보는 눈이 있어야한다.

공감력이 있어야 한다. 작가나 기자나 공감의 세계에 사는데는 매일반이다. 크게 보고, 또 치밀히 보아야 한다. 관찰이 신통치 않고서는 좋은 기사가 나올 수 없다. 끊임없는 관심, 입체적인 관찰은 기자로 하여금 문제점을 찾게한다.

이런 습성이 몸에 베이면 전문적인 센스를 지니게 된다. 붉은 반점의 피부병을 안고 돌아오는 어부들을 보고 세계적인 특종기사를 써낸 원자재 사건은 무었을 의미할까.

비키니섬의 수폭실험에 오염된 원자재 사건. 일개 항만 출입기자의 관찰은 연상작용을 거쳐 엄청난 발상의 나래를 펴냈다.

이 관심, 연상, 이 발상은 어디서 왔을까. ‘왜?, 어째서?’의 의문이 꼬리를 물고 깊숙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남들은 무심코 보아 넘기는 원자재 피부병 환자들을 이 기자는 입체적으로 파고 들어갔다. 평범속에서 비범을 캐낸 셈이다. 정보와 문제점은 도처에 널러져 있다. 다만 그것을 못 보거나 못 찾아내는 것 뿐이다.

▶ 조사 자료

특집기사나 기회기사 그리고 해설기사를 쓰려면, 기자들의 머리만으로는 다루기 어려운 때가 많다. 따라서 기자는 자기가 맡은 전문분야의 자료를 늘 챙겨 두어야 한다.

이를 테면 농림분야가 전문이라면 이에 관계된 자료를 입체적으로 수집해 둔다. 물론 인접분야의 자료까지 모으면 더 좋다. 신문사의 조사부 자료를 물론 활용하겠지만, 자기 나름대로의 서적이며, 스크랩북 같은 걸 장만해 두는 게 좋다. 메모를 해 둘 노트도 만들어 두는 게 원칙이다.

정보없이 기사없다. 데이터 없이 기사없다. 훌륭한 기자는 자료수집에 정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존·간서는 기사를 쓰기 위해 엄청난 자료를 수집했다. 어떤때는 자료보따리의 운임이 비행기 탑승료보다 몇 배나 들었다. 그의 기사가 나오기까지는 방대한 자료가 인용되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 비극의 예방자

기자는 비극의 예방자가 되어야 한다. 미움을 사랑으로, 전쟁을 평화로, 비극을 행복으로, 위험을 안전으로, 가난을 복지로 돌리도록 전신투구적인 힘을 기울여야 한다.

만약, 이와 반대로 기자들이 행동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소방대처럼 불을 끄는데만 그치는 게 기자의 일이 아니다. 일어난 사건은 물론 알려 주어야 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사건의 원인을 분석하여 다시 비극이 없도록 예방하는 데 있다.

훌륭한 의사는 생긴병을 고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다시 발병하지 않도록 예방하는데 있다. 훌륭한 기자도 이와 비슷하다. 일어난 비극, 일어난 전쟁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쟁의 비극으로 달리는 과정을 제때제때 도려내는 일이 보다 중요하다.

한 교량의 파괴는 건설보다 훨씬 더 큰 흥미를 돋군다. 이 말속엔 흥미에 들뜬 떠벌이 저널리스트들을 비꼬아 붙인 뜻이 숨어 있다. 진실은 다소곳하고 거짓은 떠뜰썩한 경우가 적지 않다. 내일의 사회를 염려하는 기자들은 옷깃을 여미고 깊이 반성해야 할 것 같다. 기자들은 독자에 영합, 흥미 때문에 진실이 가려지는 일을 자기도 모르게 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는 기자’가 많이 나와야 할 것 같다.

▶ 문장수업

아무리 붙임서이 잇고 사귐성이 있어도 문장이 서툴면 기자가 될 수는 없다. 기자의 글은 문장 또는 국민의 문장이다.

시인이나 소설가들은 일정한 책상에 붙어서 조용히 글을 쓴다. 하지만 기자의 경우는 그렇게는 안된다. 싫건 좋건 마감시간 안에 글을 써내야 한다. 집필 장소도 일정치 않다. 사건의 현장속에서, 역대합실에서, 열차 속에서, 우체국에서….

그리고 기자들은 짧게 쓰는 훈련을 되풀이 받는다. 매스컴 문장은 문학에서 말하는 예술적 산문과는 다르다. 기사의 문장은 생활을 바탕으로 한 실용산문이다.

짧게, 쉽게, 뚜렷하게, 이끌리게, 꾸밈없이, 날카롭게 쓴다. 이것이 매스컴 문장이다. 매스컴 문장은 미사여구며 액세서리같은 걸 배격한다. 사치품 같은 문장이 아니고 생활필수품 같은 문장이다. 아무리 복잡한 문제라도 기사로 쓸 때는 쉽고 간단하게 표현해야 한다. 그러기에 매스컴 문장은 난해함과 복잡함을 허락지 않는다.

기자들이 기사 쓰는 걸 보면 번갯불 같다. 사색적이지 않고 차분이 쓸 겨를이 없다. ‘써 갈긴다’는 말이 적당하다. 한 번 팬을 들면 끝장을 내는 게 보통이다. 문고리는 손때가 묻을수록 반들반들 빛나듯 문장수업도 이와 비슷하다.

기자예비생들은 좋은 문장이나 기사를 많이 읽어보고 즐겨 써보는 것 외에 왕도는 없을 것 같다. 처음부터 너무 잘 써 보려고 긴장하는 건 좋지 않다. 편안한 마음으로 수수하게 써보는 것이다. 어느정도 숙달이 되면 자기의 문장을 분석해 본다. 남이 쓴 좋은 문장과 비교해 가면서 고친다. 이와함께 문장을 압축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언어는 태양의 광선처럼 압축하면 할수록 강하게 된다.”

시인 로버트·사우제의 말이다. 작가 헤밍웨이의 간결한 문장은 그가 기자생활 때 애써 배운 것이다.

유창수 기자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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