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명 삼동청소년회 영광지구 인성교육 강사

오늘은 마음대조 일기 한편을 소개하면서 시작하려고 한다. “오늘 오후 서너시 경에 있었던 일이다. 내일 출장을 가야 해서 오늘 꼭 끝내야 하는 일들이 있었다. 그런데 컴퓨터가 말썽이다. 송금을 해야 해서 보안 프로그램을 실행시키는데 30분 째 계속 설치중이다. 프로그램을 닫고 다시 실행시켜보려는데 아예 멈춰버렸다. 컴퓨터를 잘 아는 동료를 불러서 봐달라고 했는데, 결국 안 되었다. 그러는 사이 퇴근 시간이 지나버렸다.

시간은 늦어지고 일은 진척이 안 되고, 문득 시간을 보니 저녁7시기 넘었다. 슬슬 배도 고프고 화가 올라온다. 경계다!!! (이 때 경계인줄 모르고 화나고 짜증난 마음에 끌려가버렸으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불퉁거렸을 것이다. 경계를 알아차린 것이 얼마나 다행스럽던지.. ^^) 일단 멈추고, 생각해보았다. 일단 멈추어보니, 화가 난 마음을 알아차린 것만으로도 화가 순간 사라진다. 지금! 여기!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각을 해보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일이 안 풀리는 것에 대해 짜증난 마음이 사라지자 옆 자리 컴퓨터로 일 처리가 가능하다는 생각이 떠올랐다.(경계가 있기 전 원래 마음으로 돌아오면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밝은 지혜가 작용을 시작한다.) 그래서 바로 옆자리 컴퓨터를 켜니 비밀번호가 걸려있다. 급한 마음에 또 화가 치민다. 또 멈추고, 옆자리 컴퓨터 주인에게 전화하여 비밀번호를 확인하였다. 비밀번호도 풀고, 이제 작업을 하려는데 이게 왠일인가? 작업 중에 자꾸 인터넷에서 오류가 뜬다.

ㅠㅠ 송금은 그만 두고, 문서 몇 장 인쇄하려는데, 왜 이리 복잡한가? 열이 머리 위로 뻗쳐오른다. 다 때려치우자! 하는 생각이 들다가 문득 또 경계(내 마음을 요란하게, 어리석게, 화나게, 짜증나게 하는 다양한 외적‧내적 상황들)임을 알아차렸다. ‘앗! 경계다!’ 다시 멈추어 생각해보니 반복해서 오류가 뜨는데, 이것도 컴퓨터 이상이다. 또 다른 컴퓨터를 찾아보자.(계속 화난 마음에 끌려 다녔다면 홧김에 할 일을 안 하고 퇴근해버렸을지도 ^^;) 다행히 다른 사무실에 쓸 수 있는 컴퓨터가 있다. 다른 사무실에 가서 컴퓨터를 켜니 또 비밀번호가 걸려있다. 그래도 아까 한번 왔던 경계라 지체하지 않고 컴퓨터 주인에게 연락해서 비밀번호를 확인하여 작업을 했다.

오류도 뜨지 않고 작업이 잘된다. 아까 화나던 마음은 어디가고 쭉쭉 뽑아져 나오는 문서들을 보며 기분이 좋아졌다.(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현재를 있는 그대로 보면, 작지만 행복한 일들이 많다.^^)

오늘 저녁 여러 번의 경계가 있었지만 화나고 짜증난 마음에 끌려 다니지 않고, 일단 잘 멈추었다. 멈추어서 생각해보니 화났을 때는 떠오르지 않던 방법들이 생각났고, 그대로 실행을 차근차근 하다 보니 일도 어느 정도 처리가 되었다. 만약 멈추지 않고, 화나고 짜증나는 마음에 끌려 다녔다면 일 처리 시간도 더 늦어졌을 것이고, 마음도 훨씬 더 괴로웠을 것이다. 앞으로도 일이 잘 안 풀릴 때가 있으면 일단 멈추어서 차분히 일의 해결 방법을 찾아보고 행동해야겠다.“

우리 삶은 경계의 연속이다. 사소한 경계부터 감당하기 힘든 괴로움의 경계까지 온갖 경계가 나를 괴롭히고, 유혹하고, 짜증나게 한다. 이럴 때 우리는 우리의 마음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경계 따라 일어난 온갖 감정들에 끌려 다니다 보면 괴로움의 바다에 빠져 헤어 나올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내가 하고 싶고, 해야 하는 많은 일들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경계가 와도 온전한 생각으로 행동하는 마음공부를 통해 나의 삶을 은혜롭고 행복하게 운영해보자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나의 마음을 단련하고 관리할 것인가?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그 중에 매우

효과적인 방법 한 가지가 바로 마음대조 일기 기재이다. 경계가 왔을 때 일단 멈추고(마음의 브레이크), 일어난 마음(화나고 짜증난 마음)이 경계가 있기 전 원래 마음으로 돌아오면, 온전한 마음으로 생각해서(마음의 헤드라이트 작동) 결단력 있게 행동(마음의 엑셀 작동)한 내용을 있는 그대로 기재하는 것이다.

나의 몸과 마음의 작용을 있는 그대로 적다보면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면 불같이 일어났던 감정들도  상당부분 제거되고, 그 상황에서 가장 좋은 방향으로 가는 행동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때로는 일기를 기재하는 과정에서 감당하기 힘들었던 마음의 힘겨움이 사라지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괴로웠던 문제가 풀리기도 한다.

일기를 기재하다보면 내가 오늘 어떤 모습으로 살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스스로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그 날 나의 행동을 돌아보며 내가 지은 죄복의 결산도 스스로 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마음대조일기의 작성법은 간단하다.

1. 일단 경계(내 마음을 요란하게,어리석게,짜증나게 만드는 다양한 외적.내적 상황들)를 찾는다.

2. 경계를 따라 일어난 다양한 마음을 적는다.(예시: 00이가 나를 놀려서 화가 났다.)

3. 마음공부한 내용을 적는다.(멈추고, 돌리고, 생각해서, 실행한 내용: 나를 놀린 00이를 한 대 때려주고 싶었지만, 일단 멈추고, 생각해보니 장난으로 그러는 것 같아, 내가 지금 화가 났으니, 그만하라고 차분하게 이야기했다.)

4. 나의 행동에 따른 죄복의 결산을 내보고, 앞으로 행동할 방향을 정리한다.(그랬더니, 00이가 장난이었다며 그만했다. 싸우지 않고 넘어갈 수 있어서 좋았다. 만약 내가 화를 내고 때렸으면 00이도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고, 싸우고 나면 기분이 더 안좋았을 것이다. 앞으로도 00이가 장난을 치면 화를 내기 전에 내가 화난 마음을 먼저 이야기하고, 그만하라고 해봐야겠다.)

마음공부는 어떻게 보면 초등학생들이 가장 잘한다. 이런 저런 관념에 물들지 않고 바로 실천하는 실행력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글쓰기를 싫어해서 안돼. 그렇게 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너무 유치한거 아니야? 등등 실천을 망설이게 하는 온갖 관념들을 다 떨쳐버리고, 일단 한번 해보자. 지난 번에도 이야기해봤지만, 붕어빵 맛을 100번 실감나게 설명을 들어도 그 맛은 결국 먹어봐야 아는 것 아니겠는가? 먹고 죽는 독약이 아니라면, 게다가 먹어서 도움될 보약이라면 맛이 좀 쓰지 않을까? 떫지 않을까? 너무 고민하지 말고, 한번 먹어보자. 마음공부로 행복의 문을 열어가는 새해가 되기를 염원하며 화이팅~

김건명 삼동청소년회 영광지구 인성교육 강사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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