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원 해룡중학교 교장

작년부터 겨울에 크게 유행하는 옷이 롱패딩(long padding)이다. ‘패딩’은 옷을 만들 때 솜이나 오리털을 넣어 누비는 방식으로 ‘누비옷’이라 표현해도 좋을 것이다.

겨울에는 두툼한 겉옷을 자주 입게 되는데, 겉옷을 영어로 ‘outerwear', 간단히 ’아우터‘라고도 한다. 아우터의 형태는 재킷, 야상(야전상의), 무스탕, 코트, 조끼 등이 있으며, 패딩도 아우터에 속한다.

그런데 올 겨울 우리나라에서는 ‘롱패딩을 안 입은 사람 찾기가 더 어렵다.’할 정도로 롱패딩 열풍이 불었고, 얼마 전에는 평창 동계 올림픽 공식 제품인 ‘평창 롱패딩’을 사기 위해 대란이 벌어질 정도였다.

다른 계절의 옷보다 겨울 겉옷은 일반적으로 가격이 높은 편이다. 회사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학생들이 주로 찾는 롱패딩의 가격은 보통 40~50만 원, 비싼 것은 70~80만 원 정도로 꽤 높은 편이다.

내가 근무하는 중학교는 군 단위의 읍내에 위치한 남학교로 전교생이 200명을 조금 넘는다. 이 중에서 올 겨울에 패딩을 입은 학생은 어림잡아도 절반을 훨씬 넘는 것 같고, 그 속에 교복만 입고 다니는 학생도 더러 있다.

학생들이 주로 입고 다니는 롱패딩은 거의 대부분 검정색으로, 등하교 시간에 보면 마치 까마귀 떼가 이동하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유행도 좋지만 개성을 상실한 것 같아 좀 씁쓸하기도 하다. 그리고 많은 학생들이 롱패딩을 입고 다니다보니 교복이 롱패딩 속에 묻혀 롱패딩이 마치 교복처럼 느껴지고, 교복만 입고 다니는 학생들을 보면 왠지 안쓰럽고 애처러워 보인다.

한때 전국적으로 ‘교복 자율화’ 바람이 불어 많은 학교에서 교복을 폐지하고 사복을 입힌 적이 있다. 사복을 입다보니 옷으로 인해 나타나는 빈부의 차이가 문제되어 학교마다 다시 개성을 살린 교복이 등장하게 되었다. 그런데 롱패딩으로 인해 사복 시절에 제기된문제점이 다시 나타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게다가 과거보다 빈부 격차가 더 심해졌는지 어떤 학생은 롱패딩을 몇 벌씩 두고 입는가 하면, 롱패딩은 고사하고 교복조차 구하기 어려운 가정의 학생도 있다. 이런 학생에게 롱패딩은 얼마나 큰 상처가 될까?

올 겨울이 다 가기 전에 지자체나 지역유지, 독지가, 형편이 좋은 학부모들이 뜻을 모아 이런 학생들에게 좀 저렴한 롱패딩이라도 하나씩 장만해 준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오늘 마누라와 함께 점퍼를 알아보기 위해 롱패딩을 취급하는 옷가게를 몇 군데 들렸다. 벌써 롱패딩은 서서히 물러날 준비를 하고 있다. 어서 빨리 봄이 와 어린 마음의 상처가 봄눈 녹듯 녹아내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학생들이 ‘진정 중요한 것은 밖을 감싼 의복이 아니라 어떤 환경에도 꺾이지 않는 부드러운 인성과 높은 교양, 그리고 강한 정신력이다.’라는 사실을 가슴 깊이 간직하길 바란다.

박석원 해룡중학교 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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