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한나라이후 삼국을 최종적으로 통일한 진(晉)나라(사마의(司馬懿)의 아들 사마소가 세운나라)초기에 손초(孫楚)는 재주가 비상하고 성격이 호탕하며 거리낌 없는 말하는 탓에 주위 사람들로 부터 큰 환영을 받지 못했다. 당시는 위(魏)나라 때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노장사상(老莊思想)을 풍미하고 있었다. 지식인들은 정치와 세속을 멀리하고 자연의 사상을 표준으로 삼아 인간의 본성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면서, 형식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했다.

특히 지금도 전해지는 죽림칠현 즉 산도‧왕융‧유령‧완적‧완함‧혜강‧상수 등 일곱 사람은 죽림에 모여앉아 노장을 논하며 바둑이나 두면서 술을 즐기며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손초 역시도 이런 사조에 휩쓸려 젊어서부터 산림에 묻혀 은둔하려 했다. 후한 말 이후 우리가 잘 아는 삼국을 거쳐 진나라에 이르기까지 100여 년 동안, 중국대륙은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이 전쟁과 약탈 살육으로 불안하고 어수선한 시기였다. 그래서 지식인들이 섣불리 진출했다가는 소신도 펴보지 못한 채 무의미하게 죽임만 당할지 모른다는 염려로 시골에 묻혀 노장의 무위자연을 강론하며 술과 바둑 등으로 세월을 보냈던 것이다.

왕제는 손초와 같은 군(郡) 출신으로 서로가 절친 이었는데 훌륭한 자질과 능력을 겸비한 손초가 은둔하며 일생을 숨어 산다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왕제(王濟)는 어느 날 손초를 찾아 마음을 돌려보려고 권했다. 손초는 왕제의 뜻을 미리 짐작하고, 아직은 이곳을 떠나고 싶다는 뜻이 없다는 뜻으로 “돌을 베게 삼고(枕石) 흐르는 물에 양치질하며(漱流) 자연을 마음껏 즐기나 참 좋지 않는가?” 라고 말하려던 것을 “돌로 양치질하고(漱石) 흐르는 물을 베게 삼으니(枕流)” 하고 잘못 말했다.

왕제는 “흐르는 물을 베고 돌로 이를 닦다니?” 라고 물었다. 손초는 아차 싶었으나 한번 뱉은 말을 거둘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고쳐 말하기는 손초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다. 손초는 기민한 임기응변을 발휘했다. “하하, 왜 내말이 틀리기라도 했나? 내 설명을 들어 보게나. 흐르는 물을 베게 삼는다 함은 세상에 온갖 추악한 소리가 들린 귀를 세척하기 위함이요, 돌로 이를 닦는다 함은 돌로 이를 훈련시켜 건치를 만든다는 말일세. 건강한 이는 복중에 복이라고 하지 않던가?”

왕제도 억지치고는 그럴싸하다고 허허 하며 따라 웃었다. 손초는 40세가 되어 비로소 은둔생활을 청산하고 진동장군 석포의 참군이 되었다가 풍익태수로 여생을 마쳤다. 그가 기초하여 오(吳)나라 왕 손호(孫皓)에게 보낸 항복 권유문은 논리가 정연한 명문으로 유명하다. 이 이야기는 ≪세설신어(世說新語)≫ <배조(排調)>편에 나온다.

본래는 돌을 베게삼고 흐르는 물로 양치질 한다는 뜻의 ‘침석수류’라고 할 것을 실수하여 ‘수석침류’ 라고 잘못 말하고는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임기응변으로 둘러 댔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하여 ‘수석침류’는 남에게 지기 싫어하여 고집을 부리거나 실수를 인정하려 하지 않고 끝까지 억지를 부리는 고집 불통을 비유할 때 쓰기도 한다. 사람은 말을 하다가 실수를 할 수도 있다. 실수를 알았다면 즉시 시인하고 인정하며 다시 해야지 끝까지 손초 처럼 한번 말한 것을 합리화 시킬 려고 하니 소통이 되지 않는다. 자기 실수를 인정하기 싫어서 ‘수석침류’를 하면 사람들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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