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난 총선 당시 민주당에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겠다는 공약을 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호남에서 국민의 당에 밀리는 판세를 뒤집을 ‘카드’로 제시한 것입니다. 당도 언론도 ‘촌놈’의 엉뚱한 주장을 그냥 흘려보냈습니다. 버려진 ‘카드’는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부활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호남 민심을 되돌렸고 당선 됐습니다. ‘5‧18 정신 삽입’ 개헌을 약속했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개헌 자체가 국가적 어젠다로 뜨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개헌 논의 자체가 활발하지 못하니 ‘5‧18정신’ 삽입 목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정치판에서는 홍준표의 막말과 안철수의 합당 추진 목소리만 들립니다. 개헌을 한다고 했는데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그나마 이번 개헌 자문위 보고서가 거의 유일한 개헌 추진 관련 뉴스입니다. 그나마 5‧18 정신을 ‘소수의견’으로 치부했다니 실망을 금치 못합니다. 5‧18에 대한 이해를 아직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대한민국이라니 슬프기 짝이 없습니다.

어떻게 대통령이 약속이 소수의견으로 기록될 수 있을까요. 대통령의 약속이 헌신짝처럼 버려지는 나라라면 국민도 대통령을 헌신짝처럼 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아니 그 소속 정당마저도 버릴 수 있습니다. 국회가 자문위에만 미룬 채 들고 나서지 않았기 때문에 이같은 보고서가 만들어 졌다고 봅니다. 우리 정치 수준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이개호 의원은 “소수의견으로 치부한 것은 역사의 흐름과 시대정신을 반영하지 못한 오류”라면서 실망을 금치 못한다고 했습니다. 민주주의 발전사에 금자탑을 세운 위대한 정신을 계승하는 확실한 방법은 헌법전문 삽입이니 반드시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민의 당 김동철 의원(광주)도 이 의원과 같은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리고는 잠잠합니다. 이 의원의 성명서나 김 의원의 볼멘소리가 아닌,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목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무슨 말이냐고 화를 내며 자문위를 당장 해산시키라는 목소리가 듣고 싶습니다.

하긴, 헌법을 무시하는 것이 버릇이 돼버린 나라인데 헌법전문을 바꾼다고 뭐가 달라지겠느냐고 묻는다면 할 말도 없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대한민국 헌법 전문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 대목은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라는 사실을 법으로 정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 시절 이승만 정부가 수립된 1948년을 건국 시점으로 보고 기념식까지 한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문재인 정권 2년차. 도대체 무엇이 중요한가를 직시하지 않으면 전 정권들과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없지도 않습니다. 무엇이 왜 중한가를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5‧18 광주정신은 다함께 잘사는 아름다운 대한민국 공동체를 만들어가자는 사상입니다. 숭고한 희생을 알아달라는 말이 아닙니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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