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연 불갑초등학교 교사

제가 어렸을 때 TV에서 해주던 만화가 많았는데 그 중에서 아직까지도 그리운 만화는 ‘빨간 머리 앤’입니다. 훌쩍 40이 넘은 나이에도 빨간 머리 앤이 그리운 것은 왜일까요? ‘주근깨 빼빼마른 빨간 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상냥하고 귀여운 빨간 머리 앤, 외롭고 슬프지만 굳세게 자라, 가슴에 솟아나는 아름다운 꿈, 하늘엔 뭉개구름 퍼져나가네’란 노래에 맞춰 만화가 시작되면 빨간 머리 앤의 세계로 빠져들었습니다.

노랫말처럼 빨간 머리 앤은 예쁘지 않고 빼빼마른 데다가 부모가 없어 고아원에서 자랐습니다. 그런 앤이 사랑스러웠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앤은 상상하기 놀이를 좋아했습니다. 숲은 커다란 궁전, 쓰러진 나무는 멋진 벤치 이렇게 상상하기 놀이를 하다보면 세상은 지금 현재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앤의 친구인 엘리자가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말하자,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은 멋진 일 같아.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니까’라고 앤이 말합니다. 이렇듯 현재 모습에 머무르지 않고 이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삶, 그리고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 기대하는 삶을 살아가는 앤의 모습이 사랑스럽고 나도 그러고 싶다는 생각을 어린 시절 했습니다.

어른이 된 지금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하고 있어 미래의 삶이 어떤 모습일지 알 수 없어 두려운 마음마저 생깁니다. 무인 자동차가 발명되고, 인공지능로봇이 사람이 할 일을 대신하며, 인간의 두뇌를 뛰어넘는 컴퓨터와의 대결에서 인간의 능력이 작고 보잘 것 없게 보입니다. 이런 미래 시대에 도대체 인간은 어떤 삶을 살아야할까요?

내가 또는 인간이 작고 의미 없어 보일 때 앤처럼 상상해 보면 어떨까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그러면 오히려 미래 시대는 내가 상상한 대로 만들어지는 세상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세상은 우리가 상상한 대로 변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만날 미래의 시대는 우리의 상상으로 만들어 질 것이고 우리가 어떤 상상을 하느냐에 따라 아름다운 인간과 자연 그리고 우주가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임시연 불갑초등학교 교사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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