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발본색원(拔本塞源) 하거나 폭정을 저지를 때 비유 하는 말이다. 진시황제는 기원전 221년 육국을 통일로 이끄는 대업을 달성했다. 통일 후 욕심이 더 생겨 강력한 대 제국을 만들어 자손만대에 물려주기 위하여 군현제(郡縣制)를 만들어 군과 현에 중앙 정부에서 관리를 파견하여 황제가 직접 다스리는 이전 주(周)나라의 봉건(封建制)를 완전 탈피한 철저한 중앙 집권제 방식이었다.

2200여전 전에 만들어 졌지만 지금 우리나라도 약간 변형은 됐으나 군현제의 잔재가 남아 있다. 고려나 조선 시대에는 군현제 그대로 사용했다. 진시황(秦始皇)은 진나라 첫 황제다. 옛 삼황오제(三皇五帝)의 덕을 모두 갖추었다 하여 황제라 칭하고 자자손손 영원하기를 희망하며 시황제, 2세 황제, 3세 황제로 불렀다. 시황제는 만리장성(萬里長城)이나 아방궁(阿房宮) 같은 거대한 토목공사를 벌였다. 노동착취와 가혹한 세금징수로 인하여 백성들의 삶은 말이 아니었다.

그 와중에 지식인들이 백성들을 선동한다고 하여 지식인들을 학대하고 점서‧의학서‧농서를 제외한 모든 책을 불살라 문화를 말살한 유취만년(遺臭萬年:더러운 이름 냄새를 영원히 장래에 까지 남김)의 역사적인 죄인이 되었다.

시황제 34년 어느 날, 함양궁 에서 중신들이 배석한 가운데 연회가 열렸을 때 승상 이사(李斯)가 섬뜩한 건의를 했다. “지금 선량한 백성들은 별 불평 없이 생업에 힘쓰고 있는데 소위 선비란 계층은 현 정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법령을 교묘히 피해가며 유학의 가르침을 내세워 불평이 가득하며 순박한 백성들을 현혹 시키고 있습니다. 이대로 묵인한다면 혼란이 조성되어 안정을 누리기가 어려우니 이에 근본 대책을 폐하께 건의 합니다. 진나라 역사서나 점서, 의서, 농서를 제외하고, 시서(詩書) 백가자서(百家字書) 등등 모든 서적을 거두어 불살라버려야 합니다. 포고를 발한 지 30일이 경과해도 계속 서적을 보유한 자는 기시(棄市:사형을 집행해서 저자거리에 공개함)에 처하고 시서를 논하는 자는 족주(族誅:가족 모두를 처형함)를 하고, 관할 관리가 알고도 적발하지 않는 자는 같은 죄로 다스리겠습니다.” 진시황은 이 건의를 받아들여 그리 하도록 했다.

이에 전국에 소장된 서적들이 지방 관리의 입회하에 한줌의 재가 되기에 이르렀다. 이것을 이른바 분서(焚書)라 한다. 그 후 점점 나이가 들어 황혼기에 이르자 진시황은 초조해 지기 시작 했다. 동남동녀(童男童女:15세전후의 남녀)를 삼신산(三神山:봉래산‧방장산‧영주산, 우리나라에도 같은 명칭은 있으나 중국에 있는 산들임)에 보내어 불사약을 구하게 하는 한편 방사들을 불러들여 선도를 닦아 장생불사를 꾀했다.

그 가운데서 노생(盧生)과 후생(候生) 이란 자를 제일 신임했다. 두 사람은 이 기회를 틈타 재화를 착복하여 한밑천 단단히 챙긴 후 살며시 자취를 감추고 진시황의 옳지 못한 일들을 비방하고 다녔다. 진시황은 믿었던 두 사람이 배반하자 펄펄 뛰며 긴급 체포령을 내려 혈안이 되어 찾았으나 종적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수사 방향이 지식인층에 집중되며 많은 선비들이 현 왕조에 불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불만이 많다는 이유로 460여명의 지식인들을 구덩이를 파고 산체로 무참하게 매장해 버렸다. 참으로 전무후무한 자국민의 살육이었다. 분서 1년 후에 일어난 갱유(坑儒)사건이었다. 그 후 지방순시 도중에 병을 얻어 숨을 거두고 간악하고 교활한 내시 조고가 조서(詔書:임금의 명령을 알리는 문서)를 조작하여 진시황의 현명한 장자(長子) 부소(扶蘇))를 제쳐두고 어리석은 둘째 호해(胡亥)를 2세 황제로 앉혀놓고 국정을 맘대로 농락(籠絡)했다.

이에 진섭‧항우‧유방‧등이 반기를 들고 일어나자 폭정에 시달리던 백성들이 너도 나도 동참하여 진나라는 통일 후 자손 대대로 누리려 했건만 불과 2대만에 멸망하고 최종적으로 유방이 승리해서 한(漢)나라를 세운다. 사마천은 ≪사기≫ <항우본기>에서 진시황이 갱살(坑殺)한 사람들은 유학자보다도 술사(術士:점술에 능통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적고 있는데 ≪서경(書經)≫에는 유학자들이 더 많았다고 전한다.

아무튼 과거 대부분의 독재 정권에서도 언론을 장악하고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 성향의 언론인들을 통제 하기위해 소위 보도지침(報道指針)이라는 것을 만들어 재갈을 물리는 현대판 ‘분서갱유’를 기도 했었다. 그러나 조금 늦더라도 항상 진실은 알려지기 마련이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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