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편집위원장

홍농읍 터미널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에 누군가 털모자와 목도리, 외투까지 입혔다. 매서운 한파 속에서 피어난 아름답고 따뜻한 마음이 보인다. 이웃에 누가 사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 남이야 어떻든 나만 배부르고 편하면 그만이라는 듯 무심한 세월에 만난 이 소녀상은 그래도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소녀상을 추위로부터 막아준 분에게 경의를 표한다.

일본이 소녀에게 저지른 만행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만행이다. 천 번 만 번 빌고 또 빌어도 용서 받을 수 없는 범죄행위다. 무엇으로도 용서 받을 수 없는 만행이다. 그럼에도 만행을, 죄상을 인정하기는커녕 말도 꺼내지 말라고 되레 큰소리다. 박근혜 정부와 재론하지 않기로 협의가 끝났다는 주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이 저지른 무지한 협약에 대해 피해 당사들은 물론 전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우리는 일본과 평화적이고 우호적인 관계를 원한다. 하지만 일본은 끝까지 한국과 한국인의 가슴에 대못을 박아댄다. 물론 박근혜 정권의 몰지각한 행태는 이해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다. 국정농단에 못지않은 몰상식하고 용서받지 못할 또 따른 범죄행위다. 우리는 사실을 인정하고 사죄와 배상을 하면 용서하고 새로운 한일 관계를 갖겠다는 입장이다. 용서할 수 없는 범죄에 대해 관용을 베풀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일본이 이미 끝난 문제라고 주장하는 한 양국 간의 앙금은 풀어질 수 없다. 인정하고 사죄와 배상을 하면 용서하겠다는 데도 인정도, 배상도, 사죄도 제대로 하지 않는 일본과 우리는 영원히 화해와 협력의 관계가 될 수 없다. 사사건건 이익을 다투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불안한 관계일 수밖에 없다.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다. 민족정기의 문제다.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지 못하는 한 한국은 일류국가가 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화를 원했다. 일본은 이미 끝난 문제라고 일축했다. 이는 정권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문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어서도 안 된다. 우리 국민의 마음자세가 중요하다. 잊지 않아야 한다. 소녀의 아픔을 함께 느끼며 따뜻한 마음을 나눠야 한다. 머잖아 ‘소녀’들은 세상을 뜬다. 하지만 그 아픔은 우리가 안아야 한다. 우리는 소녀상에 ‘소녀’들이 세상을 떠나도 우리가 안고 가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소녀’는 소녀상이 되어 영원히 살아있다. 털목도리와 모자를 씌워드리는 마음이 민족정기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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