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의 집은 학교 앞 도로를 따라 아래쪽으로 직선거리 1㎞ 남짓 떨어진 시내 중심가의 큰 가게이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걸어서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곳이다. 그리고 우리 교실은 학교에서 제일 높은 3층에 배치되어 창문으로 내려다보면 학생들이 등교하는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학교로부터 거리가 멀어 군내버스나 자전거를 이용하여 등교하는 학생들도 꽤 많지만 아침 조회시간이면 모두 시간에 맞추어 제자리에 앉아 있다. 그런데 녀석은 가장 근거리에 살면서도 매일 지각이다. 집에 전화를 해보면 녀석의 어머니가 마치 중국집 배달마냥 방금 출발했다는 것이다. 창문을 열고 내다보면 멀리서 녀석이 터벅터벅 걸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상당히 늦었음에도 발걸음을 재촉하는 법이 없다. 이 녀석의 지각하는 버릇을 어찌할꼬?

오늘은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아침 조회시간에 역시 녀석은 보이지 않는다. 녀석의 어머니에게 전화하기도 미안하고 어렵다. 창문을 열고 멀리 도로를 응시하며 어찌할까 고민하는 있는데 가방을 들고 비를 맞으며 멀리서 걸어오고 있는 녀석의 모습이 보인다. 양복을 입은 채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녀석이 오고 있는 도로를 따라 내려갔다. 교문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녀석과 마주쳤다. “비도 오는데 학교 오느라 고생했다. 가방 좀 줄래?” 녀석은 영문도 모른 채 가방을 선뜻 건네주었다. 가방을 받아들고 두말없이 학교를 향해 바삐 걸음을 재촉했다. 녀석도 뒤에서 따라오기에 바빴다. 그렇게 교문을 지나 학교 현관에 다다라서야 녀석은 선생님이 저를 모시러 마중 나온 것을 눈치 챈 모양이다. 현관에서 신을 벗으려는데 갑자기 녀석이 무릎을 꿇는다. “선생님!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지각하지 않겠습니다. 가방 주십시오.”하면서 가방을 잡고 놓지를 않는다. “그래! 또 늦으면 네가 서둘러 등교할 수 있도록 내가 집에까지 가서 가방만이라도 들어다주마.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할 때 전화해 주면 더욱 고맙겠고.” 녀석은 염치가 없던지 고개를 들지 못한다. 못이긴 척 가방을 건네주었다.

그날 이후 녀석은 거의 지각하지 않았다. 혹시 늦더라도 코끝에 땀방울이 맺힐 정도로 뛰어 늦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런 녀석이 기특했다. 그때 녀석이 자주 지각하는 점에 대하여 크게 꾸짖거나 체벌하였더라면 녀석의 반발심만 키워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을 것이다. 교육은 역시 교사부터 몸소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문제가 있을 경우 학생이 이를 스스로 느끼고 해결할 수 있도록 창의적인 생각으로 강하게 의식을 심어주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백 마디의 잔소리나 혹독한 체벌, 엄한 처벌보다 훨씬 효과적인 것이다. 단지 창의적으로 생각하기가 어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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