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빛나 영광 여성의전화 대표

“딸을 낳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이야... 딸을 낳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이야...”

검찰 조직 내 성추행 문제를 고발한 서 검사가 일기형식으로 쓴 글의 일부입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미투운동(#metoo)’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미투운동’이란 성폭력 생존자들이 자신이 겪었던 성폭력 피해 경험을 고발하고,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의 심각성을 알리며 생존자 간의 연대를 위해 진행되었고, 특히 직장 등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권력형 성폭력에 주목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006년 미국의 사회운동가 타라나 버크가 제안한 미투운동은 2017년 10월 미국의 유명인사의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빠르게 확산되어 현재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확대되고 있고 이러한 성폭력 방지 운동 확산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여성 인권 문제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이와 맞물려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검찰 내 성폭력 사건이 피해자의 입을 통해 드러나게 되었고, 뉴스 등 언론매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성폭력 사건들이 보도되었지만, 현직 검사가 자신이 속한 조직 내에서 당한 성추행 문제를 공개적으로 알리며 성범죄 사실이 드러난 일은 처음이며, 법을 수호하고 범죄를 단죄해야 하는 검찰이 오히려 범죄를 은폐하고, 범죄가 일어나고 있는 것을 눈 앞에서 보고 있으면서도 권력을 이유로 침묵하고, 도리어 피해자를 옥죄는 행태의 처리 과정들이 국민들을 더 놀라게 하며 더 공분케 하였습니다.

검찰 내 성폭력 사건을 폭로한 현직 검사는 피해자가 입을 다물고 있으면 절대 스스로 개혁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성폭력 피해자에게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말을 전하고 싶어서 용기를 내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30여 년 간 한국 사회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의 말하기가 끊임없이 있어왔고, 그로 인한 법과 제도, 시민의식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성폭력 피해자를 꽃뱀으로 몰거나 행실이 단정치 못한 여성 등 성폭력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잘못된 통념들로 인해 피해자들은 여전히 참거나, 감추거나, 떠나가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피해자가 성폭력에 관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 되는, 신뢰가 전제된 사회라야 진정한 성찰과 변화가 시작될 수 있을 것입니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공론화를 시작하는 순간은 개인적‧제도적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최후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이 문제를 누군가 함께 해줄 것이라는 그 사회와 구성원들에 대한 믿음과 신뢰에 기반한 것이기도 합니다.

용기를 내어 자신들의 경험을 세상에 드러낸 피해자들에게 이제는 우리가 지지와 힘을 주며 그들에게 응답할 차례가 아닐까요?

박빛나 영광 여성의전화 대표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