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마을 숲은 주민들이 직접 조성한 경우가 많았다. 숲이 마을의 안녕을 지켜준다는 민간신앙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아릌다운 외양을 잘 보존해온 유명한 숲들은 모두 그러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관광명소로 알려진 경기도 이천의 연당 숲은 관찰사 임내신이 1,520년에 조성한 숲이다. 부임 후 임지의 풍요를 용한 풍수가에게 물었더니 숲과 연못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다. 이천의 지형이 재물과 기운이 빠져나가는 형상이기 때문에 이를 막는 숲이 필요하다 해서 가꿔진 숲이라는 유래를 지니고 있다.

힐링의 보고로 이름이 난 전라북도 완주의 두방마을 숲도 500여년 전에 마을 주민들이 직접 나무를 심고 가꿔낸 숲이다. 지세가 약한 마을의 부유한 기운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숲을 만들어야 한다 해서 조성됐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이처럼 예로부터 한국의 숲은 밖으로부터 오는 액을 막는 수구막이의 의미뿐만 아니라 마을의 풍요를 기원하는 염원의 결과물이기도 했다. 또한 이러한 민간의 굳은 신념의 결속이 있었기에 오늘날까지 그 원형을 보존해 온 숲들이 적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숲은 인류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훼손돼왔던 것 또한 사실이다. 농경지를 얻기 위해, 전쟁의 수단으로, 산업화를 위해, 목재를 얻기 위한 목적 등등 당대의 필요에 따른 행위들이긴 했다. 하지만 숲의 훼손은 이제 인류 삶의 재앙으로 다가서고 있다. 아마존 숲의 훼손이 지구 온난화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게 전형적인 사례다. 숲이 재앙을 막는다는 우리 옛 선조들의 지혜가 그냥 만들어진 민간의 속설이 아님을 증거 하는 대목이다.

영광군이 산책 등산로로 사랑받고 있는 영광읍 물무산 일원 5ha에 치유의 피톤치트를 내뿜는 편백나무 숲을 조성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진다. 또한 이를 지속적으로 가꿔 관광자원화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물무산 숲이 옛 선인들의 생각처럼 마을의 재앙을 막고 영광의 풍요를 가져다 주는 영험한 숲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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