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 영광 여성의전화 활동가

요즘 자주 뉴스에 오르는 “A양의 헤어지자는 말에.. 홧김에 여자 친구를 살해한 B군...”

성인이 된 남녀라면 누구나 나의 이상형을 찾아 호감을 갖고 연애를 시작한다. 예전엔 이상형을 묻는 질문에 여성과 남성 모두 성격이나 외모, 학벌과 재산정도를 이야기 하는 게 다였지만 지금 미혼 여성들에게 이상형을 물어보면 “헤어질 때 쿨 하게 헤어지는 남자”라고 망설임 없이 이야기 한다. 바로 ‘보복범죄’ 때문이다.

연애란 무엇인가? 젊은 남녀가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 서로 좀 더 알아가고자 하는 만남이며 만나다가 나와 성격이 맞지 않거나 삶의 방식과 지향점이 다르고 생각의 차이가 크다면 헤어질 수 있음을 전제로 만나는 것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에 경찰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데이트 폭력으로 검거된 사람이 8367명에 이르며 한국여성의전화가 언론에 보도된 살인사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데이트관계였던 남성에게 살해당한 여성은 31명, 살인미수로 살아남은 여성은 65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바로 이 점이 우리가 데이트 폭력을 사사로운 개인사로 묵과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데이트폭력의 가해자들은 헤어지자는 말에 “화가 나서 그랬다” “사랑해서 그랬다” 심지어 “만나주지 않아서 그랬다”라고들 이야기 한다. 그렇다면 가해자들이 그렇게 부르짖는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은 서로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나보다 “상대”를 위해 나를 희생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데이트 폭력의 가해자들은 한결같이 “나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아서” “나의 사랑이 더 중요해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렇게 사랑한다는 사람이나 가족까지 죽이거나 위협하고 폭행하는 것이다. 참으로 아이러니일 수밖에 없다.

데이트폭력은 피해자가 죽거나 다치거나 하지 않는 이상 공권력으로부터 보호 받지 못한다.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데이트폭력을 일시적이고 개인적인 사건으로만 처리하는 공권력이 존재하고 폭력으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할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데이트폭력은 가정폭력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고 더 많은 폭력을 야기하는 근간이 될 것이다. 더불어 데이트폭력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도 변해야 한다. 세상은 폭력의 피해자에게 “사랑한다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냐, 함께 사랑해 주고 잘해주면 되지..”라고 한다.

상대방이 나를 사랑한다고 하면 나의 감정과 상관없이 그의 감정과 그의 폭력성까지 책임져야 하는가?

이제는 더 이상 사랑이라는 탈을 쓰고 일어나는 모든 폭력에 대해 묵인하거나 방관해서는 안 된다. 헤어지자는 말이 죽임을 당해야 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데이트폭력은 그저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르는 또 하나의 “폭력”이고 “범죄”일 뿐이다.

김원 영광 여성의전화 활동가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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