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우 영광중학교 교장

지금까지 우리는 너무 바쁜 삶을 살아왔다. 한국인은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초고속 경제발전의 주역이 되면서 ‘빨리 빨리’의 속도전 속에서 청춘을 보냈다. 항상 힘든 일에 시달렸고 산더미 같이 쌓인 일거리로 야근도 모자라 서류를 보자기에 싸들고 사무실과 집을 오가며 살았다. 그 당시에 당연히 시간은 돈이었다. ‘빨리 빨리’는 원가를 줄이는 가장 빠른 수단이었고, 개인의 능력을 평가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원래 우리 한민족은 성질이 급한 민족이 아니었다. 우리 민족의 특성을 말할 때 ‘은근과 끈기’를 꼽는다. 역사적으로 크고 작은 외침을 당하면서도 밖으로 나가 전쟁을 일으킨 적이 거의 없었다. 은근과 끈기로 그저 한을 품고 참으며 기다리는 생활에 익숙한 우리 민족이었다. 누르고 누르면 이것이 어느 순간 터지듯이 반만년을 참아온 민족혼이 1960~70년대를 맞이하여 폭발하여 ‘빨리 빨리’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제는 느리게 살아야 한다. ‘빨리 빨리’의 속도전 개념을 버리고 느리게 사는 지혜를 터득하여 내적 충실과 질의 향상을 덕목으로 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21세기는 지식의 정보화로 개인의 능력은 무한하고 다양해져서 ‘빨리 빨리’ 일을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한 사람이 능력에 따라 수 백 명의 일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지금은 창의력이 가장 중요하다. 창의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서둘러서는 안 된다. ‘천천히 천천히 느리게 느리게’ 아이디어를 창출해 내야 한다. 밤을 새면서 일을 한다고 해서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제 우리는 현대를 살아가기 위해 버전을 바꾸어야 한다. 워렌 버핏의 아들 피터 버핏은 아버지와는 달리 "돈이 전부가 아니다.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하였다. 느림은 부드럽고, 우아하고, 배려 깊은 삶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강원도 동강이나 하회마을을 끼고 도는 낙동강처럼 말이다. 백 년이 넘은 아름드리나무들은 그 긴 세월을 이겨내면서 천천히 자신들의 뿌리를 대지에 내리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그것은 영원에 가까운 느림이다.

우리 학생들의 앞에 펼쳐질 미래는 원대하다. 엄청나게 길고 긴 여정이다. 학부모들도 조급함을 이겨내고 자식들의 능력과 개성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살아가면서 순간에 너무 기뻐하거나 슬퍼하지 말 것이고, 그 긴 여정에 좀 늦었다고 너무 서두르지 않기를 바란다. 긴 인생 여정에 1-2년 늦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한 살아가면서 앞만 바라보며 달리지 말고, 옆과 뒤도 살펴보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길 바란다. 우리는 의도적으로라도 천천히 느리게 살 필요가 있다.

이용우 영광중학교 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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