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편짚위원장

안희정 충남도지가 정무비서를 성폭행했다는 뉴스는 충격적이다. 실망이다. 안 지사의 모습이 이 나라 갑들의 진면목이 아닐까 생각된다. ‘미투’가 정계로까지 확산될 것이란 예감이다. 평창에서 불어 닥친 바람은 국민들에게 큰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다. 잠시 주춤했던 ‘미투’ 바람은 그 끝이 어디일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세다. 내로라는 저명인사들의 감춰진 진면목은 구토를 유발한다.

여검사에서 시작된 대한민국의 ‘미투’는 대학과 문화예술계를 강타하고 있다. 잘 나가는 인사들이 고개를 떨궜다. 압권은 고은 시인이다.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던 시인은 자타가 공인하는 이 나라 문학계의 거목이다. 큰 나무일수록 쓰러질 때 큰 소리가 난다. 고은 시인의 추락하는 소리가 유난히 크다. 안 지사가 쓰러지는 소리는 시인의 그것보다 작지 않다. 하지만 충격과 실망은 고매한 인격과 지성을 갖춘 것으로 존경했던 시인에는 못 미친다.

단언컨대 ‘미투’는 여성의 성적 피해를 고발하는 선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자행되는 갑질에 대한 고발로 이어질 것이다. 물론 재벌그룹 등의 갑질이 까발라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땅의 ‘을’들은 대부분 갑들의 횡포를 온몸으로 버텨내고 있다. 늙은 시인의 나쁜 손버릇을 알면서도 그에게 인정받기 위해 그의 눈도장을 찍으러 쫓아다녀야 했던 것처럼 말이다. 먹고살기 참 어려운 세상이다.

자치권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드높은데도 국회에서는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에 대한 공천권을 내려놓겠다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의 합법적 갑질이다. 그들의 갑질에 대한 ‘미투’ 바람도 불어야 한다. 지방자치도 찬찬히 들여다보면 갑질이 만만치 않다. 황제적 권력을 가진 군수가 벌인 사업이 수익은커녕 매년 억대의 적자를 면치 못하다 결국 문을 닫고 처치 곤란한 지경에 빠지는 사례는 차고 넘친다. 황제적 권력만 있는 단체장이야말로 갑질의 온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단체장에 비해 많이 작지만 지방의원의 권한도 적지않다. 그 속내를 알리는 ‘미투’도 기대한다.

촛불은 국정농단 세력의 참 모습을 비췄다. 하지만 잔존 세력들은 살아남아 새로운 나라,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데 ‘겐세이’ 한다. 국정농단에 대한 사법처리를 정치보복이라 하는 시력 나쁜 세력의 갑질에도 ‘미투’ 바람이 불어야 한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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