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산업현장에서 안전교육에 가장 많이 인용하는 법칙이 하인리히의 법칙이다. 흔히 1:29:300의 법칙이라고도 하는데 이 법칙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허버트 하인리히(Herbert William Heinrich,1886~1962)는 1920년대 미국의 여행자 보험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그는 회사에서 엔지니어링 및 검사부서의 보조 감독자로 근무하면서 업무상 많은 통계자료를 섭렵하게 되었다. 실제 발생한 사고 7만 5,000여개의 개수를 심층 분석한 결과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1920년부터 31년까지 통계자료를 토대로 산업재해에 대한 과학적 분석 결과물을 1931년에 ≪산업재해 예방: 과학적 접근≫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펴냈다. 사무실 청소를 할 때 바닥에 물기를 제대로 닦지 않아 물이 남아 있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미끄러지기 쉽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끄러질 뻔 할뿐 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물기로 인하여 어떤 사람은 넘어져 멍이 들거나 가벼운 상처를 입기도 한다. 그중 많지는 않지만 뼈가 부러지는 골절상을 입기도 하고 극소수는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뇌진탕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처럼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나는데 부상을 입지 않는 사고, 경상, 중상처럼 정도에 따라 발생횟수를 비교해보면 일정한 비율이 나온다. 하인리히는 이렇게 일정한 비율을 분석한 결과 1명의 중상자가 나올 경우 그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가 29명이 있었고 부상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원인으로 경미한 사고를 겪었던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에 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법칙을 ‘1:29:300’ 법칙이라고도 부르는 이유다.

또 사고로 인한 재해 비용에 대해서도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가설을 내 놓았다. 사고로 인해 재해가 발생할 경우 그 비용은 직접비용이 하나라면 간접미용은 넷이라는 것이다. 이 법칙이 1920년대에 수집되어 만들어진 통계자료이므로 90여년이 지난 현재에도 유효할까 의문이 들 수도 있다. 21세기 들어와 프레드 마뉴엘레(Fred A, Manuele)는 하인리히 법칙을 비판적인 관점에서 재분석했다.

마뉴엘레는 사람들이 허버트 하인리히에 대해 두 가지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나는 작업자의 불안전한 행위는 직업상 사고의 주된 원인이다. 두 번째는 사고 빈도를 줄이면 그에 상응하는 부상 정도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하인리히가 제시했던 1:29:300 법칙에 따르면 11번 사고가 발생하면 그중에 10번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1920년대 당시 볼 때 이는 별로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도 했다.

실제로 중경상은 이보다 훨씬 높은 확률로 일어났다고 보았다. 그리고 개정판을 거듭하면서 별다른 설명 없이 비율을 변경했기 때문에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허버트 하인리히는 안전관리에서 인간의 심리를 매우 강조하면서, 사고가 100번 발생하면 이중에 88번은 인간의 불안전한 행위 때문이고 10번은 안전하지 못한 기계적, 신체적 상태 때문이며 2번은 피할 수 없는 이유 때문이라고 지적 했다.

즉 2:10:88법칙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프레드 마뉴엘레는 허버트 하인리히가 인간의 잘못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운영 체계상의 잘못을 간과했다고 비판한다. 더구나 하인리히는 사고의 이유로 인간의 유전적 내력이나 환경을 매우 강조하는데 이 또한 인간들의 정서에 잘 맞지 않는다고 했다. 프레드 마뉴엘레의 지적은 상당히 타당성이 있다고 보인다. 따라서 1:29:300이라는 숫자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대형사고 발생 이전에 소형사고와 경미한 사고가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은 틀리지 않으므로 안전 예방 차원에서 하인리히의 법칙은 여전히 유효하며 지금도 산업 현장에서는 단골 메뉴로 하인리히 법칙을 안전교육 자료로 많이 사용한다. 이유는 불안전한 요소를 제거하고 작업장 주위를 청결하게 했을 때 안전사고가 훨씬 줄어지기고 작업 진도도 빠르기 때문이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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