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편집위원장

이개호 의원이 기어이 전남도지사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이 의원의 출마 포기는 한 개인이 정치적 야심을 포기한 단순한 사실이 아니다. 이 나라의 정치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하는 ‘사건’이다. 모든 국민에게 헌법으로 보장된 권리를 정당이 힘으로 억눌러 박탈한 것이기 때문이다. 소속당인 더불어 민주당이 제1당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이 의원을 희생양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이해하고 넘기기 어렵다.

광주‧전남 유일의 의원인 이 의원은 안 되고 다른 지역의 현역의원은 허용하는 것에 반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도민의 지지도가 낮지도 않다. 이 의원의 도지사 당선 가능성을 의심하는 도민도 거의 없다. 강제 불출마 대상자가 왜 하필 이 의원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지지도가 높은 지역이니 아무나 공천하면 당선이 보장되니 구태여 현역 의원이 출마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소위 중진의원들은 되고 이 의원은 주저앉힌 것은 정치판의 갑질이다. 이는 이 의원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광주‧전남 유일의 의원에 대해 강제력을 행사한 민주당의 행태가 자칫 호남 홀대로 비칠 수도 있다. 정치권의 계보정치에 관주‧전남 유일의 의원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게 된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국민의 당에 쏠렸던 호남 민심을 너무 만만히 보고 있다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개호 의원이 자타가 공인하는 전남도지사 ‘깜’이라는 점이다. 이 의원 보다 전남도와 도정에 정통한 인물은 없다. 도민의 믿음을 얻고 있는 인물도 없다. 물론 김영록 농림수산식품부 장관도 이 의원 못지않게 전남도정에 정통하다. 하지만 김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낙선했다. 유일한 당선자인 이 의원에 대한 믿음이 클 수밖에 없지 않은가.

전남도민들로서는 민주당이 전남도민에게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하라고 강요하는 모습으로 볼 수도 있다. 최선을 다해도 지난 세월의 홀대로 인한 낙후를 벗어나기 힘든 판에 차선을 강요하는 정권을 언제까지, 얼마나 믿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정권 창출의 밑거름이 된 광주‧전남을 대표하는 인물에 대한 대접은 곧 도민에 대한 대접이다. 홀대다. 이 정도라면 도민의 민심이 언제 바뀔지 모른다. 민주당에 대한 경고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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