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빛나 영광 여성의 전화 대표

2011년 12월 14일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1000차 ‘수요집회’ 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회복을 위해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평화비가 세워진 이후 현재까지(2018.03.03.기준) 해외 13여개, 전국 70여개의 기념물이 설치되었다.

2017년도부터 영광에서도 영광군여성단체협의회를 중심으로 평화의 소녀상 건립 논의가 시작되었고, 2018년 ‘영광 평화의 소녀상’ 건립 기금 모금 마련이 진행 중에 있다.

머지않아 영광에서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고 그들의 명예와 인권회복을 위해, 또 올바른 역사 인식을 확립하기 위해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지는 것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벅차오름을 느끼는 바이다.

1년 전 겨울, 군산 가족 여행 중 일제 강점기 조동종 사찰이었던 동국사를 방문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우연찮게 ‘군산 평화의 소녀상’을 만나게 되었다.

사찰 마당에 홀로 외롭게 서 있는 단발머리 여자동상을 보며 이상함을 느낀 6살 딸의 질문이 쏟아졌고 질문에 따라 동상의 이름과 동상이 왜 세워졌는지 등을 차례로 설명해 주었다.

설명이 끝난 후 분명 다 알아듣지는 못하였을 아이가 소녀상에게 다가가 냉큼 장갑을 벗어 손을 뻗더니 소녀상의 펴진 손을 잡으며 “언니 많이 힘들었겠다.”라고 읊조리며 맞춰질리 만무한 소녀상과 눈을 맞추기 위해 연신 고개를 들어 올리던 아이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처음 마주했을 땐 어울리지 않는 조합에 연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이상타 말했던 아이가 스스럼없이 다가가 손을 잡으며, 위로의 말을 건네고, 슬픔을 함께 공유할 수 있을 만큼 변화될 수 있었던 것은 단발머리에 한복을 입고 슬픈 눈을 하고 있는 ‘평화의 소녀상’ 때문이 아닌, ‘평화의 소녀상’을 만들게 된 역사적 배경과 그 의미가 충분히 잘 전달되었기 때문이리라.

전국의 시군구에서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국민적 관심과 참여로 상황에 맞는 기념물을 설치했고, 설치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기념물인 ‘평화의 소녀상’이 아니라 ‘평화의 소녀상’이 내포하고 있는 목적과 의미, 후세의 다짐과 염원이다.

이러한 것만 오롯이 잘 담고 있다면 모습이 어떤들 무엇이 중요하겠는가마는 그러한 의미를 담는 과정은 생략한 채 마치 당위성만 가지고 가시적으로 경쟁하듯 기념물 세우기라는 결과에만 급급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이제 시간이 많지 않다. 우리는 ‘평화의 소녀상’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겪은 참혹했던 인권유린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리고 기억해야 한다. ‘평화의 소녀상’을 우리 곁에 건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소녀상을 바라보며 우리가 후손들에게 지난 역사를 제대로 알리고 가해자들의 진심어린 사과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사실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영광 평화의 소녀상’을 우리의 눈앞에서 직접 만나게 되는 역사적 순간에 앞서 소녀상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되돌아보고, 일본군 피해 여성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의 변화와 이후 올바른 역사의식을 후손들에게 전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우리의 과제는 무엇인지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박빛나 영광 여성의 전화 대표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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