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은 전자고등학교 교사

“선생님은 어떻게 수학을 잘 하세요?” 라는 아이들의 질문에 “선생님은 수학을 잘 하는 게 아니라 좋아해” 라고 대답한다.

수학 문제를 푸는 것과 가르쳐 주는 것이 좋아서, 내가 좋아했던 선생님처럼 되고 싶다는 그저 막연한 마음에, 어렸을 때부터 장래 희망란에 항상 적었던 꿈은 수학선생님이었다. 그렇게 지금 나는 수학선생님이 되어 매일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수학은 나눗셈이 나오면서 포기했다” “학교에 있기 싫다” 등등 그냥 내뱉는 아이들의 말에 힘이 빠지기도 하지만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거나 학교 복도를 걷다가 문득문득 내가 꿈꾸던 선생님이 되어 이 공간에 있다는 것이 너무나 행복할 때가 있다.

새 학기가 되어 새로 만나는 아이들에게 나의 어렸을 적 꿈부터 지금 내가 문득 느끼는 행복감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는 노력해서 꿈을 이뤄냈다고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라 내가 좋아서, 막연하게 꾸던 꿈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꿈꾸니 이뤄졌고, 그 꿈이 이뤄져서 행복하다는 것을 아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이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할 수 있고, 그게 직업이 되어 ‘나를 살게 한다’는 것이 그야말로 얼마나 꿈같은 일인지 요즘 교실에서 아이들을 보며 느낀다. 꿈을 꾸고 이루어야할 이유보다 내가 가진 꿈을 포기해야 할 이유가 더 빨리 생각나고, 그런 현실이 당연하다고 여겨질 때, 나는 또 한 번 좌절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가 지금부터이다. 꿈이 곧 직업이 되고, 그것이 나에 대한 잣대가 되어 짓누르는, 포기할 지점이 더 먼저 생각나는 그런 것. 꿈=직업이 아니다. 내가 해서 즐거운 일, 그래서 나의 스펙과 두뇌가 밀고 나가는 꿈이 아닌 심장이 밀고 나가는 꿈을 찾자. ‘꿈’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생긴다는 뿌듯한 마음을 우리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교실에서 함께 찾아주고 싶다. 내가 겪어서 행복했기 때문에….

최근 카카오톡에는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다. 바로 늦깎이 한글공부에 재미가 들린 할머니 네 분의 실제 글씨체를 만들어 배포하였다. 어렸을 적 학교를 다닐 수 없었던 할머니들은 뒤늦게 한글공부를 시작하셨고, 평생에 꿈꾸던 한글로 당신 이름 석자 쓰는 것, 자식들에게 편지 쓰는 것, 버스 행선지를 읽는 재미에 사신다고 한다. 94세 할머니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열심히 하고 싶은 내 즐거움이야” 라고 말하는 장면은 마치 내 꿈이 이루어지고 있는 느낌마저 들었다.

꿈이라는 게 별 건가. 좋으니까 더 잘해보고 싶고 내 마음에 품어서 조금 더 신경써주고 돌보는 것 아닌가. 네 꿈 잘 크고 있어? 내 꿈 얼마나 자랐는지 볼래? 그렇게 꿈을 자랑하며 키득거리는 아이들로 가득하길 바래본다. 그리고 그렇게 꿈이 자라는 곳 옆에 내가 있기를.

마지막으로 새 학기면 늘 아이들에게 남겨주는 명언으로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꿈을 밀고 나가는 힘은 이성이 아니라 희망이며, 두뇌가 아니라 심장이다. 화이팅!”

안정은 전자고등학교 교사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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