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교리에 어긋나는 언동으로 유교를 어지럽히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공자가 천하를 주유할 때 광 땅에서 위태로운 지경에 빠졌을 때 말하였다. “문왕이 이미 돌아가셨지만 그가 남긴 문화가 내게 있지 않겠는가? 만일 하늘이 장차 이 문화를 없애려 하신다면 뒤에 죽은 사람이 이 문화에 참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하늘이 이 문화를 없애려 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광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하겠는가?”

이 이야기는 논어 자한에 나오는데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광 지역을 지나갈 때 사람들이 공자를 양호로 오인하여 공자를 해치려고 하였다. 공자는 이런 위기 속에서도 문왕과 주공이 남긴 학문과 사상을 자신이 이어받아 천명이 자기에게 있으므로 결코 위험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 했다. 여기서 ‘사문(斯文)’이 유래 되었다. ‘난적(亂賊)’은 반란을 일으키는 신하와 부모에게 패역한 자식이라는 뜻의 난신적자(亂臣賊子)를 말한다.

송나라 때 나타난 주자학이 고려 말 무렵 한반도에 전래되어 조선의 건국이념이 된 후, 주자학은 조선의 문화‧사상‧정치 등 사회 전반을 지배하게 되었다. 그 뒤 명나라가 건국되어 왕양명을 중심으로 양명학이 활발하게 대두되어 강화도에 유배되어있던 일부 몰락한 종친들에게 받아들여져 강화 학파가 형성됐다. 그들의 학풍은 주자학에 도전하는 새로운 학문으로 부상하게 된다.

성리학자들은 이런 양명학자들을 유학을 어지럽히는 무리들로 규정했다. 여기에서 사문난적이 유래 되었다. 예를 들면 조선 중기 때의 경학자인 윤휴(尹鑴:1617~1680 남원윤씨 호는 백호)는 유가 경전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논어를 읽다가 이상한 구절을 발견하게 되었다. <향당(鄕黨)>평에 나오는 한 구절이었다. (廐焚 子退朝 曰傷人乎 不問馬) 마구간에 불이 났는데 공자께서 조정에서 돌아 오셔서 묻기를 사람은 다쳤느냐? 하시고 말에 대해서는 묻지 않으셨다. 당시 정통 유학자들의 해석 이었다.

그러나 경서 학자였던 윤휴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 사랑방도 아닌 마구간에 불이 났는데 말의 안위에 대해서 묻지 않았다는 것은 인(仁)을 주장한 공자로서 지닐 태도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말도 하나의 생명체이며 요즘 같으면 자가용 자동차인데 어찌 말에 대해서 그렇게 냉담 할 수 있을 것인가? 그 결과 윤휴는 원문의 구두점이 잘못되었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廐焚 子退朝 曰傷人乎不 問馬) 마구간에 불이 났다 공자께서 조정에서 돌아오셔서 묻기를 사람이 다쳤느냐, 아니냐? 하시고 다음에 말에 대해 물으셨다.

이렇게 한 글자를 달리 끊어 읽자 인명을 중시하면서 동시에 인의정신이 미물인 말에게 까지 미친 공자의 덕성이 요연하게 드러났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해석은 경전을 신성시해서 함부로 변경하지 않았던 고루한 유학자들로부터 큰 물의를 일으켜 한때 그는 ‘사문난적’이라는 비난을 듣게 되었던 것이다. 뒷날 윤휴는 사사되었는데, 물론 꼭 이일 때문은 아니었지만 유학 정통에 도전하는 일을 얼마나 큰 죄악으로 여겼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것이다.

그래서 이 사문난적은 중국에서는 통용되지 않고 우리나라에서만 사용된다. 현대에 와서 이런 해석을 한다면 새로운 해석이라고 각광(脚光)을 받을 수도 있다. 지금은 자유롭게 자기의 관점에서 해석해도 누가 뭐라고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이비(似而非) 종교들이 현대의 사문난적에 해당된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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