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금희 영광여성의 전화 이사

2018년 4월27일. 남북 두 정상들의 만남과 한반도 비핵화 및 종전(終戰)선언이 포함된 판문점 선언은 한반도를 포함한 전 세계인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궜다. 방송을 보는 내내 환희와 감격에 가슴이 먹먹했던 순간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노래라는 것을 부르기 시작했던 유년시절부터 50대의 장년이 된 지금에도 여전히 부르고 있는 아니 불러야만 하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의 노래가 이제 막연한 염원이 아닌 구체적 현실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2000년 6.15선언과 2007년의 10.4선언을 한 남북정상들의 만남 때도 가슴 벅찼었다. 이렇듯 우리는 수많은 시간들을 통해 ‘통일’을 간절히 염원(念願)해 왔기에 두 정상들이 공식적으로 만날 때마다 “이번에는 꼭 통일을 앞당기겠지? 라는 기대와 희망은 부풀어 올랐었다. 이러한 노력들이 초석이 되어 오늘에 이르렀기에 이번 두 정상들의 만남은 그 감회가 더욱 컸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남북분단 65년만의 종전(終戰)선언이다. 2018년 4월27일부터 새로운 역사의 시작 “오늘부터 1일”이다. 그 시작의 방향은 페미니즘 적 관점이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남과 북은 지금까지 전쟁과 적(敵), 정치와 군사 등으로 대표되는 “대결 패러다임”에서 평화와 상생, 인정과 배려, 존중을 지향하는 “페미니즘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전제되어야 된다는 것이다.

페미니즘은 여성주의로 번역 표현되어 여성의 사회, 정치, 법률상의 지위와 역할의 신장 즉 여성의 인권향상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해 왔다. 그렇다고 해서 페미니즘이 여성만의 지위를 향상시키자는 이념은 절대 아니다. 더군다나 여성과 남성을 구분하여 대결시키는 이념도 아니다. 페미니즘은,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 모두가 평등, 상생하기 위해 서로 배려하고 인정하여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자는 이념이다.

페미니즘은 19세기 이전 사회·경제·정치의 모든 분야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사회구성원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인정받지 못함에 대한 사회적 불평등 저항운동으로써 19세기 중반 이후 서구에서 시작되었다. 고대 그리스의 여성은 노예와 마찬가지로 시민의 자격을 부여받지 못했으며 중세 유럽에서는 여성이 설령 귀족 신분이라 할지라도 재산, 교육, 직업, 결혼 등에서 남성과 같은 권리를 갖지 못했다. 영국에서는 여성을 ‘집안의 천사(Angel in the House)’로 불렀으나 그 천사에게 경제적·법적 권리를 인정하지는 않았다. 또한 20세기 초까지 전 세계의 여성들은 남성과 동등하게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인정받지 못했다.

이러한 차별에 대해 여성들은 자신들을 사회로부터 인정해주고 함께 하자는 목소리를 냈으며 이제까지 많은 이들이 절대적 진리라고 여겼던 가부장제(家父長制:언어적 의미로는 가족 구성원 중 아버지가 권력을 중심적으로 가짐으로써 그 권력으로 가족을 지배한다는 의미로 쓰이지만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의미는 개인·가족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주요 체제의 권력이 남성 중심으로 되어 있어 상대적으로 여성이 그 권력에 접근하기 어려우며 그로 인해 다양한 차별이 발생하는 사회 구조를 의미함)에 ‘NO’를 제기한 것이다.

이는 서로 상생하고 인정하자는 페미니즘 운동을 여성주의 운동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성의 권리를 향상시키는 것은 페미니즘이 추구하는 하나의 목표이다. 그러나 최종 목적은 여성만이 아닌 모두가 함께 상생하기 위해 서로를 인정하며 배려하여 평화롭고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페미니즘 운동의 참 뜻은 남성중심의 사회체제 유지를 벗어나 성 평등한 사회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데 있다. 오랫동안 ‘당연한 것’이라고 여겨왔던 남성 중심의 행위와 관계방식이 근원적으로 성 차별적이고 이러한 것들은 사회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것으로부터 벗어나 바꿔나가야 한다는 인식의 운동이 확산되자, 지금까지 당연함으로 여기던 다수의 남성들에게는 불편한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또한 서로가 배려하고 존중하며 함께 평화롭게 살아가자는 운동이 지금까지 불편 없이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불필요하게 느껴질 것이고 오히려 학습·훈련하여 바꿔야한다는 것과 이제까지 당연하게 누려온 크고 작은, 또는 가시적·불가시적 특권을 내려놓아야하기에 정작 자신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들이 페미니즘을 여성만을 위한 것으로 치부하고 불편한 진실로 받아들여 오해를 쌓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남과 북의 이념적 이분법이 아닌 한 민족으로서 함께 평화롭게 살아갈 동반자로서의 이해, 바로 페미니즘 관점의 기본 시점이다. 남과 북 즉 우리는 65년간 한쪽에 대해 때로는 분노와 때로는 위협을 때로는 무시를 하며 그렇게 적응시키면서 학습되어 살아왔다. ‘분단의 자연스러움’에 익숙해지기 전 종전(終戰)이 선언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새로운 역사의 1일이 시작되어 가슴이 쿵쾅거린다. 이제 남북 대화의 장이 열렸고 꿈에서도 그리던 “통일”이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있다.

남과 북도 여성도 남성도 지금까지 갈라져 있던 서로의 선을 거두고 상생과 배려, 존중과 이해를 위해 노력할 일만 남았다. 그것이 페미니즘 즉 여성주의가 가고 싶은 종착역이다.

윤금희 영광여성의 전화 이사 (영산선학대학교 사회복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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