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우리 속담에 달도 차면 기운다는 말이 있다. 이 말과 같은 이야기다. 실패를 연구한 학자들에 의하면 대부분의 실패는 ‘관성의 법칙’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가 가장 많다. 어떤 분야에서 성공을 거뒀다고 한 사람들은 그 성공한 것에 매몰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자기가 성공을 향해 달려온 길 외에는 이단, 즉 틀린 길로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방법 외에는 시도조차 하려 하지 않고 이전의 자기 방식만을 고집하게 된다.

이것이 곧 실패의 함정이라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구시대방법을 고수 하려는 방식은 물론 그때는 새로운 방법이고 신선하고 당시에는 맞아서 성공했을 것이다. 그런데 최첨단으로 무장했다하더라도 급속하게 변화하는 이 시대에는 뭔가 차별화해서 하지 않으면 즉, 관성을 깨뜨리지 못하면 실패를 막지 못할 것이다. 실패를 막기 위해서는 먼저 이 관성을 철저하게 깨뜨려야 한다. 이전에 앞만 보고 왔던 자기방식은 성공과 동시에 그 방식을 잊어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바닥에서 출발한 것처럼 생각해야한다. 이것을 ‘제로베이스 법칙’이라고 한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환경에서 이전의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디지털시대에 변화된 상황 정보를 가지고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해야만 한다. 우리는 2002년 월드컵 신화를 기억한다. 유럽인들의 소유물과 같았던 월드컵은 감히 4강이라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부임하자 선수선발에 이 원칙을 고수했다. 전에 있었던 기록 데이터는 전혀 보지 않았다. 학벌 인맥 등 기득권를 모두 제로로 놓고 자기 눈으로 직접 보고 판단했던 것이다.

현재 감독이 바라는 요건을 갖춘 선수만이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 당시 히딩크의 지휘아래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은 철저하게 기초 체력훈련부터 시작해 매일매일 반복되는 치열한 경쟁이 마침내 4강 신화를 이루어낸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야구의 천재 이승엽 선수도 마찬가지다. 한때 부진을 면치 못할 때 이전의 성공방식에 매몰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국에서의 성공 일본 진출 초기의 성공이 그로 하여금 새로운 출발선을 망설이게 만들었다. 그런데 철저하게 새롭게 변화를 시도하므로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사람이 살면서 성공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제로베이스의 법칙은 실패에서도 적용 된다. 실패를 했으면 그 실패를 깨끗이 인정하고 원점으로 돌아와 다시 바닥부터 다시 출발해야 한다.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기 두려워 이전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또다시 실패할 확률이 높다. 상대성이론의 창시자 이인슈타인은 어떤 상황에서든지 변화를 주지 않고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 이라고 했다. 제로(0)선상에서의 새로운 출발은 성공의 법칙도 잊어야 하지만 실패한 과거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공이든 실패는 과거에 매몰되지 말고 빨리 잊어 현실에 충실하여야 한다는 것이 제로베이스의 교훈이다.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라는 의미이다.

제로 즉, 영(0)이라는 숫자는 참으로 신비한 숫자다. 어떤 숫자에 ‘0’을 계속 붙여 나가면 무한히 큰 수가 되고 ‘0’으로 계속 나누면 무한대가 된다. 그래서 ‘0’선상에서 출발하면 성공했을 때나 실패했을 때나 위대하다 는 것이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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