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모든 인간은 법 앞에 평등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법의 잣대가 조금씩 다른 경우를 볼 수 있다. 돈이 많거나 배경 또는 출신성분이 좋아 힘 있는 자가 있는 반면, 가난하고 힘없는 약한 자에게는 엄격하고 강한 법이 적용되는 사회가 현재의 법 현실이다. 춘추전국시대의 중국을 진(秦)나라가 천하통일을 하고 군현제를 실시했으나 정치가 안정되지 못했다. 백성들은 만리장성 축조와 가혹한 세금에 시달리며 생활은 피폐해져만 갔다.

그런 상황에서 날품을 팔아먹고 살던 한 젊은이가 하던 일을 멈추고 갑자기 외친다. 시골에서 어렵게 사는 진승(陳勝)이란 젊은이였다. “여러분 우리 서로 잘되거든 모른 체 하지 말고 서로 돕고 삽시다.” 같이 일을 하던 사람들이 날품으로 겨우 연명하는 사람이 무슨 잘되면 얼마나 잘 되겠느냐면서 비웃는다. 그는 아랑곳 하지 않고 “어찌 제비와 참새 같은 조무래기들이 기러기와 고니의 뜻을 알겠는가.”

그 후 진승이 만리장성 축조와 수자리를 위해 시골 젊은이들과 징발되어 가던 중에 여름 장마로 오도 가도 못 하고 대택향에 머무르고 있을 때였다. 계속내리는 큰 비에 갇혀 기한을 넘기고 말았다. 당시 법에 따르면 기한이 하루라도 늦으면 모두 목 베임을 당하는 가혹한 형벌이 기다리고 있었다.

둔장을 맡고 있던 진승과 오광은 서로 상의 하여 사람들에게 말했다. “지금 달아나도 죽고 의거를 일으켜도 죽는다. 어차피 죽는다면 나라를 위해 죽는 것이 더 좋지 않겠는가? 우리는 보시다시피 비 때문에 기한 내에 도저히 갈수가 없다. 그러면 우리에게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이며 설령 당장 죽임을 당하지 않더라도 만리장성축조를 하다가 죽기는 마찬가지다. 사내대장부로 태어나 이렇게 이름도 없이 죽기는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이왕 죽을 바엔 이름이나 날리자. 어찌 왕‧제후‧장군‧재상의 씨가 따로 있겠는가?”

진승의 외침에 군중들은 모두 설득되어 진승과 오광을 따르기로 했다. 군중들은 함성과 함께 징병 인솔자 몇 명을 죽이고 주변의 성을 함락시키자 자신감이 생겼다. 거침없이 밀고나가니 주위의 많은 백성들이 동조하여 세력이 확장되었다. 규모가 커지자 진승은 나라이름을 ‘장초’라 정하고 스스로 왕위에 올랐다. 반란을 통해 나라를 세우고 왕이 되어 높고 낮음이 씨가 따로 없음을 증명하여 보여 주었다.

가진 것이 없어 배우지 못하고 시골구석에서 날품으로 겨우 연명하고 살던 젊은이가 한 나라의 왕이 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진승은 포부가 있었기 때문에 결국 해냈던 것이다. 인생은 공수래공수거라고 하지만 어떤 사람은 금 수저를 물고 태어나고 어떤 사람은 흙 수저로 태어난다. 그러나 흙 수저는 평생 흙 수저로만 살아야 한단 말인가. 콩이 온실에서만 자라면 콩나물밖에 되지 못하고 밭에서 자라면 콩 나무 가되어 많은 열매를 맺는다.

개천에서 용이 나기는 어렵지만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고 끊임없는 노력을 한다면 얼마든지 날개를 펼 수 있는 세상이라고 본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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