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희 홍농노인 대학장

“소나무 또 상수리나무등 속성수 조림으로 단기간에 녹화운동의 성과를 거두겠다”1953년 4월 5일 당시 농림부는 식목일을 맞아 소나무를 비롯한 2천5백만 그루의 묘목을 전국 산야에 심었다. 전방에서는 포화가 이어졌지만 1948년부터 식목일이 공휴일로 지정된 터여서 공무원과 학생들이 모두 나섰다.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남북정상이 식수한 1953년생 평화의 소나무도 65년전 식목일에 심어졌을 것이다.

높이 2m 남짓의 그반송(盤松)은 문재인 대통령과 동갑내기다. 소나무를 심고 한라산과 백두산 흙을 섞어 덮어준 김정은 위원장도 감회가 분명 남달랐을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어머니인 고용희도 1953년생으로 알려진데다 제주도는 김정은의 외가다. 고용희가 일본에서 태어났다고들 하지만 북제주군 출생설도 있다. 아버지 김정일이 한눈에 반해 아들 2명과 딸 하나를 낳았으나‘숨겨진 여인’으로 살다 2004년 타계한 어머니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은 회한이 깊다고 전해진다.

무엇보다 남북정상의 공동식수는 이번이 처음이다. 2007년 10.4정상회담 때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은 평양 중앙식물원에 소나무를 같이 심으려고 양정상의 성함이 적인 250kg짜리 표지석을 가져갔지만 김정일이 나타나지 않아 나무만 심고 표지석은 다시 가져왔다고 한다. 그해 대선 하루 전날 김만복 당시 국가정보원장이 평양에 가서 노무현 대통령의 이름만 적힌 작은 표지석을 거기에 놓고 왔다.

지난번 남북정상이 손을 잡고 걸은 길로 1953년 4월 27일 490명의 인민군 부상병 포로들이 북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어 석달뒤인 7월 27일 정전 협정이 체결됐다. 판문점의 팽팽한 긴장은 1976년 북한군 동향파악에 장애가 되는 미류나무를 자르려던 미군 2명을 북한군이 끔직하게 살해하는‘도끼만행사건’으로 극점에 달했었다.

‘정전둥이’로 태어나 도끼만행 사건당시 작전에 투입됐던 군인이 대통령이 돼 동갑내기 여성의 아들과 심은 동갑소나무가 한없이 무성해져도, 아무도 경계근무 때문에 하등 걱정하지 않을 그런 평화로운 날이 하루라도 빨리 오길 간절히 빈다.

정병희 홍농노인 대학장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