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농가의 교역 조건 지수가 다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 얼핏 보기엔 농가경제가 나아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으나 사실 농촌 경제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은 농가의 교역조건이란 농가가 생산하는 각종 농산물의 판매가격 지수를 농가가 구입하는 제반 농자재 등의 구매 지수로 나누어 백분율로 환산한 수치다.

지난해 우리 농가의 구매가격지수는 109로, 2014년 108.4보다 0.6% 높아졌다. 그 원인인즉 인건비를 비롯한 농약 값, 농기계 임대료 및 영농에 필요한 각종 자재의 구매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풀이 할 수 있다. 사실 농가의 교역조건이 나아져도 농가의 지출이 많아지면 농가경제는 악화될 수밖에 없는 함수관계에 있다.

지난 20년간 국내 농가의 소득 성장률을 따져보면 42% 성장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같은 기간 시중 물가 상승률은 자그만치 65%에 달해 실질 농가소득은 크게 줄어든 샘이다. 지금 농촌은 국내 다른 산업의 성장과는 다르게 갈수록 심각하게 어려워지면서 빈곤의 사각지대로 밀려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우리 농가의 살림살이는 20년 전 보다 더 팍팍해지고 있어 사실상 농촌경제가 해를 거듭할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농업경쟁력제고니 구조조정이니 하는 원론적 정책방향만 제시할 뿐 우리 농업의 유지 발전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안전망 대책은 지금까지 내놓지 못하고 있는 참으로 딱한 현실이다.

무엇보다 최근에 농산물시장이 개방되면서 정부가 발표한 대책은 결국 가격과 품질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었다. 사실 그와 같은 대책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보다 앞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에 따라 발생할 수도 있는 여러 가지의 문제점이 먼저 해결되어야만 가능하다고 본다. 특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과감한 시설투자는 물론, 토지 용역비 등이 우선 해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구조조정 또한 경쟁력을 갖춘 농민이나 생산품목만이 농촌지역에서 살아 남을수 있도록 하는 구조조정 방향도 사실 타당한 조치라고 할 수는 있지만 그로 인해 지역사회에서 초래될 수 있는 여러 가지 부작용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해결방안이 선행되어야 할 것 이다.

한편 정부와 관계당국은 우리의 농업문제를 경쟁력과 구조조정만으로 접근하고 해결하려는 오류를 범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할 뿐이다.

정 병 희 (영광농업대학 ‘농삼회’회장)

영광군민신문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