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빛나 영광 여성의 전화 대표

몇 일전, 집에서 아이들과 읍내로 일을 보러 나가려는데 커다란 버스를 타고 싶다며 졸라대는 아이들로 인해 실로 오랜만에 군내버스를 타게 되었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몇 개의 정류장들을 거친 뒤 터미널에 정차하였고, 읍내로 나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여럿의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사람들을 태우기 위해 버스의 앞문이 열렸고 하나, 둘 사람들이 버스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여전히 버스를 타기위해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이 창문 밖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버스에 사람이 타지 않아 무슨 일인가 싶어 앞문을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다.

버스 앞문에는 실버카라고 하는 보행보조기를 의지한 여성 노인 한 분이 서 계셨고 보행보조기와 함께 버스에 타야하는 여성 노인은 혼자서 보행보조기를 가지고 버스에 탈 수 없어 버스기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중이었다.

“밑에 넣으면 된단가요?” 보행보조기를 어디다 둘지 묻는 여성 노인을 버스기사가 힐끗 한번 쳐다보고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는 듯이 앞 쪽 창문으로 시선을 옮긴 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 듯 하였다.

자신의 물음에 아무런 대꾸도, 아무런 미동도 없는 버스기사를 보며 “이것 좀 버스 밑에 넣어주믄 좋겄는디...”, “좀 들어다줄란가요?” 여성 노인은 다시한번 도움을 요청하였고 여러 번의 요청에도 버스기사는 여성 노인의 처음 질문에 주었던 한 번의 힐끔거림마저도 이번에는 주지 않은 채 앞의 창문만을 무심히 응시하고 있었다.

아무런 미동도 없는 버스기사로 인해 당황한 채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고 있는 여성 노인을 보며 아이들을 버스에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단속한 뒤 버스 앞문으로 내려가 여성 노인의 보행보조기를 들어 버스에 싣고 여성 노인이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부축해드렸다.

버스기사에게 한마디를 던지고 그 자리에서 버스가 소속된 버스회사에 전화를 걸어 문제제기를 하고 싶었으나 난처해할 여성 노인의 상황을 고려해 버스번호와 전화번호를 폰에 저장한 후 내일 꼭 전화해서 문제제기를 하리라 다짐한 채 읍내 터미널에서 여성 노인과 함께 버스에서 내렸다.

연신 고맙다며 손을 잡고 감사인사를 하는 여성 노인에게 “보행보조기를 들고 버스에 타기 힘드시겠다. 버스 기사들이 도움을 주지 않고 다 저리 모른 척을 하느냐?” 여쭸다.

여성 노인은 “버스타기 쉽지 않다. 사람마다 다른데 좋은 버스기사들은 잘 도와주고 그렇지 않은 기사들은 도와주지 않는다.”라며 씁쓸한 웃음을 보인 채 발길을 돌리셨다.

영광군은 약 54,000명의 인구가 살고 있고, 이중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약 15,000명(`18년 5월 기준)이다.

영광군 전체 인구 중 노인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4%로 유엔의 기준에 따르면 영광군은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였고 노인 인구의 비중은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군내버스를 이용하는 승객 중 대다수는 자신이 직접 차량을 운전할 수 없는 노인이 될 수밖에 없고, 군내버스는 차가 없어 쉽게 움직이기 어려운 노인들의 발이 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노인에게 뿐만 아니라 차가 없어 움직이기 어려운 모든 군민들의 발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영광군은 1년에 24억 ~ 25억이라는 큰 예산을 기꺼이 군민들의 발이 되어 주는 버스회사에 지원하고 있는 것이며, 군민들은 이러한 예산이 지원되어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반대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버스를 탈 때 이용하는 사람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차를 타는 것에 있어 어려움이 있다면 저만큼의 예산 지원이 과연 필요하며, 적절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선거 때마다 각 후보자들은 군의 상황을 반영한 공약을 제시하고, 상황에 따라 정책들이 달라져야 하는 것처럼 버스회사와 운전기사 또한 초고령화사회에 접어든 영광군의 상황을 인지하고 반영해 회사의 가치와 방향 등에 변화를 주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영광군은 매년 약 25억 정도의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내버스의 서비스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실질적인 지도 점검이 필요하며, 군내버스 회사는 군민들의 세금으로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받는다는 것을 잊지 말고 친절 교육 및 만족도 조사 등 적극적인 자체 노력과 함께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는 단호한 정책을 통해 이용자들의 특히나 적극적인 도움과 배려가 필요한 노인들의 이용의 편리성과 안전을 반드시 확보해야 할 것이다.

박빛나 영광 여성의 전화 대표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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