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코앞이다. 사실은 벌써부터 선거 열기가 뿜어졌어야 옳다. 우리의 권력을 맡겨 일을 시킬 대표를 뽑는 일이다.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는 알고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도 각 당은 공천을 최대한 미뤘다. 선거구 획정을 늦어지면서 공천도 자연스럽게 늦어진 것이다. 당이 공천을 좌우하지 않고 국민이 공천을 좌우하는 상향식 공천 약속은 사실상 지켜지지 않았다.

경선이라고 하지만 치열한 경선은 볼 수 없었다. 일부 지역에서 시늉만 했을 뿐이다. 국민의 체감은 하향식 공천이었다. 하지만 최종 선택은 국민의 몫이다. 정당이 잘못한 것도 국민이 바로잡아야 한다. 지난 세월과 같은 묻지마 식의 선택은 이제 끝내야 한다. 공천권을 놓고 치졸한 싸움을 하는 정당들의 행태를 심판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호남과 영남은 전통 야당을 무조건 선택했다.

진정으로 국민을 대변하는 정당이 있다면 당연히 그 당의 후보를 선택해도 좋다. 하지만 현재 국민이 신뢰할 만 한 정당은 보이지 않는다. 하나같이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금배지에 눈이 멀어 주인인 국민은 보지 않고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기에 혈안이 돼있다.

호남은 지난 세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60년 전통을 이어온 야당을 선택했다. 정권교체의 염원을 이루기도 했으나 영호남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부작용도 낳았다. 이제 그렇게 밀어줬던 전통 야당도 갈라졌다. 친노 패권주의가 판을 치자 비주류가 버티지 못하고 탈당, 국민의 당을 창당했다. 안철수 등 비주류와 일부 호남 의원들이 ‘새정치’를 외치며 나섰으나 기대에 못미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광주·전남은 국민의 당에 호남 정치 복원과 정권교체의 희망을 걸고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원내정당이 되기 위해 마구잡이 식 영입을 하는 바람에 새로운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지경이다. 더불어 민주당보다 더 구태를 연출하고 있을 뿐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헌데 국민의 당은 새 부대에 헌 술만 가득한 모습이다.

공천 결과에서는 혁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정당을 보면 선택을 포기하고 싶어진다.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후보자만이라도 보아야 한다. 그리고 더 양심적이고, 더 능력 있고, 더 건강한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에 의해 정치권 안정과 신뢰를 회복하도록 감시해야 한다. 문재인이 미우니 더민주 후보는 안 찍어야 된다거나 천정배가 싫으니 국민의 당 후보는 쳐다보지도 않는 것은 정치를 더욱 후퇴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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