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영 영광군정신건강복지센터 과장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ligman)의 유명한 실험을 소개합니다. 실험은 대략 이렇습니다. 실험견을 한 마리씩 우리에 가두고 전기 쇼크를 줍니다. 실험견 중 일부는 지렛대를 눌러 전기 쇼크를 멈출 수 있고, 나머지는 무슨 짓을 해도 전기쇼크를 멈추지 못합니다. 지렛대 누르기를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는 실험입니다. 하루가 지나 다시 실험견을 우리에 가둡니다. 이번에는 지렛대가 없고, 낮은 담이 놓여있습니다. 다시 전기 쇼크를 줍니다. 예상대로 대부분은 낮은 담을 넘어 옆 우리로 도망쳤습니다. 그러나 몇몇은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은 채 고스란히 전기쇼크를 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바로 앞선 실험에서 스스로를 구제할 수 없었던 실험견이었습니다.

무슨 수를 써도 닥친 불행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고 배우는 것, 곤경에 처하면 체념과 포기가 앞서는 것, 이것이 바로 ‘학습화된 무기력’이론입니다. 경험은 일종의 학습 과정입니다. 사람은 여러 경험 속에서 일관된 경향성을 찾으려 합니다. 경향성은 하나의 명제가 되고, 일생을 좌우하는 믿음이 됩니다. 어떤 믿음은 부정적 경험의 합으로 이루어져 편견이 되고, 편견은 편견을 부추기는 사건에만 주목하여 더욱 견고해집니다. 우리는 우울증 환자에게서 이런 부정적 믿음과 편견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셀리그만은 한발 더 나아가 무기력이 학습된다면, 낙천성도 학습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세계적인 흐름을 만들어낸 ‘학습화된 낙천주의’ 이론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매사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진취적으로 행동하다 보면 습관이 반복 학습되고, 결과적으로 삶이 행복해질 것이라는 가설입니다. 이는 후에 ‘긍정심리학’으로 자리 잡아, 세계적 반향을 불러왔습니다. OECD는 행복지수를 만들어 각국의 순위를 발표하기 시작했으며, 유명 대학들도 앞다퉈 행복의 조건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행복의 조건들에는 여러 정치, 사회, 문화적 요인들과 함께, 낙천성과 긍정성 등의 주관적 요인들이 평가되었습니다.

또한 ‘생각이 성공을 끌어들인다.’류의 성공학 책들이 서점가를 점령했고, 대기업에서는 성공 코칭으로 ‘스마일 운동’과 ‘긍정 구호 제창’을 사원들에게 교육하였으며, 교회도 ‘신은 당신의 행복을 원한다.’며 금욕주의적 생활을 강조하던 과거의 교리를 뒤엎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오로지 개인의 의지만으로 성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말입니다. 적폐청산 과정에서 드러난 대한민국의 속내가 증명했습니다. 어떤 이의 성공이란 긍정적 마인드와 오뚜기 같은 도전정신이 아닌, 이길 사람이 이미 정해진 불공정 시합 때문이었으며, 낙천적 사고방식만으로 뚫을 수 없는 견고한 현실의 벽이 존재한다는 사실 말입니다.

그럼에도 ‘학습화된 낙천주의’는 유효합니다. 경사진 축구장은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며, 성공만이 행복이라는 상업적 광풍 역시 당분간 유지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광풍에서 한발짝 뒤로 물러서 보면, 사회적 성공을 제외한 일상적 삶에서 낙천주의는 더욱 빛나며, 부정적 경험에 주목하는 삶보다야 더욱 만족스러울 것입니다. 영화 ‘꾸뻬씨의 행복여행’은 어떤 상황에서도 낙담하지 않는 주인공을 보여줍니다. 주인공의 천진난만한 표정과 느긋한 웃음이 오래도록 뇌리에 남는 영화입니다. 살아온 경험은 바꿀 수 없어도, 삶의 태도는 바꿀 수 있습니다. 작은 제안, 하루를 웃음으로 시작해보십시오.

남주영 영광군정신건강복지센터 과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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