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나 싸움이 나면 사람들은 거의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구경 중 불 구경과 싸움 구경이 가장 재미있다고들 하지요. 지금 우리는 싸움 구경을 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들의 싸움입니다. 싸움이란 원래 누가 이길지 예측할 수 없을수록 재미있지요. 승패가 뻔한 싸움은 큰 재미를 주지 못합니다. 본인들 입장에서는 피가 마르는 싸움일수록 관객은 그 결과에 흥미를 느끼고 관심을 갖지요.

당사들은 심각한데 재미있다? 인간의 본성을 악(惡)하다고 한 순자(荀子)의 성악설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그런데 출마할 때마다 낙선하는 정치지망생이나 헐벗고 굶주리는 사람, 병든 사람 등을 보면 안타까워 집니다. 인간의 심성은 본래 선하다고 주장한 맹자(孟子)의 성선설이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성선설과 성악설 가운데 어는 것이 옳을까요. 저는 그 답을 태조 이성계와 서산대사의 대화에서 찾습니다.

태조가 무학대사에게 농담을 하자고 했습니다. “대사가 돼지처럼 보입니다.” “제 눈에 대왕께서는 부처님 같아 보입니다.” “아니, 농담을 하자는데 그러면 어쩝니까?” “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고 부처님 눈엔 부처만 보이지요.” 그렇습니다. 부처는 절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도처에 부처는 있습니다. 볼 수 있는 사람과 보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지요.

30년 가까운 세월 우리는 ‘부처’가 민주당에만 있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다른 쪽에서는 우리 눈에 ‘부처’로 보이는 사람을 ‘돼지’로 보았고요. 도대체 누가 ‘부처’일까요. 모두를 ‘부처’로 보면 좋겠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문제는 객관식, 즉 선택을 강요하는 문제입니다. 자기 절에만 부처가 있다고들 하지요. 절이 하나일 때는 선택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이제 동네에 절이 두 개가 됐습니다.

시험이 어려워졌습니다. 우리의 신성한 권리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부처’는 둘 중 어느 절에 있을까요. 그 답 또한 태조와 무학대사의 대화에 있습니다. 절에서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찾는 ‘부처’의 기본 소양은 건강하고, 양심적이며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기본 소양이지요. 거기에 겸손과 소통, 부지런함과 꿈까지 있는 사람이 우리가 선택해야 할 ‘부처’입니다.

더불어 민주당과 국민의 당이 서로 자기네 절에 ‘부처’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제 눈엔 그 절이 그 절입니다. 패권 정치, 계파 정치를 비난하며 새로 지은 ‘절’에도 패권과 계파가 난무합니다. 새 정치는 구호일 뿐 새로운 정치를 할 인물은 없습니다. 그 얼굴이 그 얼굴입니다.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기는 도긴개긴이지요. 절을 찾지 말고 ‘부처’를 찾아야 합니다. 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부처’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나·우리·나라를 위해.

영광군민신문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