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개미구멍으로 공든 탑 무너진다’는 말이 있다. 조그만 개미구멍을 막지 못해 튼튼하던 둑이 무너진다는 뜻이다. 아주 사소(些少)한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나중에 큰 재앙(災殃)을 만날 수 있다는 교훈(敎訓)이다. 초등학교시절 네덜란드 동화(童話)에서 제방(堤防)에 물이 새는 것을 밤새도록 막아 나라를 구한소년의 희생(犧牲)이 생각난다.

중국고대 전국시대(戰國時代) 말기 순자(荀子)의 제자로 법가(法家)사상가였던 한비(韓非)의 논저(論著) 한비자에 나오는 말이다. 형상을 갖춘 물체 가운데 큰 것은 반드시 작은 것에서 발전해 나온 것이고 오랜 시간을 지나온 사물이 수적으로 많아진 것은 반드시 적은 것에서부터 발전한 것이다. 그래서 말하기를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데서 이루어지고 천하의 큰일은 반드시 작은 일로부터 이루어진다고 했다.

그러므로 사물을 제어(制御) 하려면 미세(微細)할 때에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말하기를 어려운 것을 도모할 때는 작은 것에서 시작한다고 했다. 천장이나 되는 제방도 땅강아지와 개미의 구멍 때문에 무너지고, 백 척이나 되는 집도 굴뚝 틈새의 불씨로 잿더미가 된다. 그래서 나이든 사람들은 제방의 작은 구멍을 막고 불씨를 막기 위해 굴뚝의 틈새를 막는다. 이 때문에 수해(水害)와 화제(火災)를 당하지 않았다.

이것은 모두 쉬운 일을 조심해 재난을 피한 것이며 작은 것을 삼가서 큰 재앙을 막은 것이다. 또 전국시대 명의(名醫) 편작(扁鵲)의 이야기 하나를 더 보자. 편작이 채(蔡)나라 환후(桓候)를 만났다, 잠시 서서 살펴보고 왕께서는 피부(皮膚)에 질병(疾病)이 있어 지금 치료하지 않으면 심해질까 두렵다고 했다. 왕이 병이 없다고 하자 편작이 물러났다. 환후는 “의사는 이득을 좋아해 질병이 없는데도 치료해 자신의 공이라고 자랑하려고 한다”고 했다.

열흘이 지난 후 다시 환후를 만나 말했다. 왕의 질병은 살 속에 있으니 치료하지 않으면 장차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환후는 응(應)하지 않았고 편작이 나가자 또 불쾌(不快)해했다. 열흘이 지난 후 편작은 또 만나러 와서 말했다 왕의 질병은 장과 위속에 있습니다. 치료하지 않으면 장차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환후는 응하지 않았고 편작이 나가자 또 불쾌해 했다. 열흘이 지나 편작은 멀리서 환후를 바라보다가 발길을 돌려 달아났다.

환후는 그것을 알고 사람을 시켜 그 까닭을 묻도록 했다. “질병이 피부에 있을 때는 찜질로 치료하면 되고 살 속에 있을 때는 침을 꽂으면 되고, 장과 위에 있을 때는 약을 달여 복용(服用)하도록 하면 됩니다. 그러나 병이 골수(骨髓)에 있을 때는 운명(殞命)을 관장(管掌) 하는 신이 관여한 것이라 어찌할 방법이 없습니다”고 말했다.

<이경일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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