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일. 얼른 생각이 나지 않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힘겨운 일상에 짓눌려 잊고 있는 사람이 많을 줄 안다. 무죄다. 애써 모르는 척 넘어가려는 사람들도 적잖을 것이다. 유죄다. 대통령을 비롯한 이 나라 지도자나 고위 공직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높고 낮은 공직자들도 있으리라. 불과 2년 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국민 안전 시스템은 엉망진창이었다.

배를 운항하는 회사와 선원에서 청와대에 이르기 까지 어느 한 곳 성한 데 없었다. 차라리 눈을 감아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수중고혼이 된 어린 넋들에게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유족들에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주겠노라 약속했다. 그럴 듯 했다. 세월호 특별법을 만든다고 부산을 떨었다. 그런데 웬걸. 유족들의 눈물은 아직 마르지 않았다고 한다. 알량한 보상도 그 ‘특별법’이 막고 있단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국정 운영의 책임을 맡고 있는 그들에게는 권력 다툼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선원들에 대한 사법처리와 일선 실무자 몇 명 처벌로 그들은 ‘면피’했다. 다행히(?) 유병언은 주검으로 발견됐다. 그것으로 안도했을 것이다. 틀림없이 있었을 그들과 유병언의 검은 관계는 있었다 해도 없는 것이 됐으니까. 세월이 약인 듯 우리는 세월호를 잊어가고 있다. 부끄럽다. 아직도 눈물이 마르지 않은 유족들에게. 아직도 차가운 바다속에 잠들어 있는 어린 넋들에게.

우리는 너나없이 노란 리본을 달고 영원히 잊지 않을 것처럼 말하고 행동했다. 불과 2년. 우리 사회는 이미 그 유족들만의 일로 치부하고 잊어버렸다. 잊어가고 있다. 남의 일이 아니라고 흥분했던 나라와 국민은 어디로 갔는가. 또다시 그 같은 참사가 나면 또다시 그 같은 과정을 반복할 것인가. 국정 운영에 책임 있는 자들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일상으로 돌아간 국민이 죄라면 우리 모두는 유죄다. 죄인들이다.

하지만 큰 죄인은 국정 운영에 책임 있는 당신들이다. 권력과 돈을 탐하느라 나라가 어디로 가는가 조차도 걱정하지 않은 당신들이다. 먹고 살기에도, 자식들 건사하기에도 힘겨운 세월을 보낸 우리는 작은 죄인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다. 그렇지만 큰 죄인인 당신들은 어땠는지 몰라도 우리는 문득 문득 생각이 날 때마다 부끄러웠다. 하지만 그때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당신들을 원망하는 것이었다.

이제 어느 정도 권력 다툼도 끝났으니 잠시 뒤를 돌아보기 바란다.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하고 화려한 감투와 배지 대신에 노란 리본을 달고 팽목항으로 달려가 어린 넋들에게 사죄하고 약속해주기 바란다.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미안하다고. 이제부터라도 돈과 권력보다 국가와 국민을 보고 살겠다고. 아니 최소한 잊지는 않겠다고.

총선 기간동안 당신들은 또다시 그 낡은 ‘레파토리’를 되되었다. 국민을 위하겠다고.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미안하지만 당신들의 말을 믿은 국민은 없다. 최선이 없었기에 차선을 택했다고? 어림없는 소리다. 최악이 아닌 당신들을 선택했을 뿐이다. 마지못한 선택이었다고 알려주는 것이다. 당신들은 착각하고 있다. 대통령에게만 잘 보이면 된다고. 권력자의 옆에만 붙어있으면 된다고. 그러면서 또다시 시작될 권력싸움에서 살아남을 방도에 골몰할 것이다.

당신들도 욕심 많은 인간이고 가족을 건사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안다. 다만 바라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짐승이 되지는 말라는 것이다. 권력을 가진 당신, 최소한 그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 정도는 잊지 않길 바란다. 유승민이 말한 헌법 1조 2항이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외친 유승민은 대통령의 권력과 권위를 넘어섰다. 잊지 말기 바란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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